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햄릿이 아버지를 죽인 숙부를 왜 신속히 죽이지 못하고 머뭇거렸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햄릿이 기질적으로 지나치게 사색적이어서 행동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주관론,복수를 하기엔 객관적 상황이 너무 불리했기 때문이라는 객관론,클라이맥스를 맨 뒤에 배치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 등이 분분했다.

의사인 동시에 문학비평가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이런 논란에 가세했다. 정신분석의 적용 영역을 문학으로 확장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개념으로 《햄릿》을 분석했던 것이다.

이 책 《햄릿과 오이디푸스》는 프로이트의 제자인 어니스트 존스(1879~1958)가 스승의 분석을 발전시켜 《햄릿》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재조명한다.

존스는 이 책에서 햄릿에 대한 온갖 주장들을 낱낱이 반박한다. 햄릿은 레어티즈의 결투를 주저없이 받아들일 만큼 언제나 단호했으며,백성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기에 객관적 상황이 불리하지도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햄릿의 아전인수적인 핑계의 이면을 탐색한다. 햄릿의 어머니가 지조 없이 숙부와 결혼하면서 숙부는 원수이자 햄릿의 또 다른 자아가 된다는 것.'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차지하고 싶다'는 유아기의 소망을 숙부가 성취해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햄릿은 숙부를 쉽게 단죄하지 못한다. 숙부를 단죄하는 것은 곧 자신의 떳떳하지 않은 소망을 단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햄릿은 자신을 죽이지 않고서는 숙부를 죽일 수 없었으며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고 존스는 분석한다.

아울러 셰익스피어의 개인사를 분석하고 《햄릿》의 이본(異本)들과 신화 · 전설 등도 비교하며 소개한다.

책머리에 실린 '옮긴이의 말'을 길잡이로 삼으면 편리하다. 1949년에 나온 원저를 60년 만에 국내 초역한 저자는 놀랍게도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열아홉살 청년인데 텍스트에 대한 이해와 번역 솜씨가 나이를 의심케 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