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공부 잘하는 복을 타고난 사람이 많다. '공부가 놀이요,놀이가 공부였다'는 한문학자 임형택씨나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공부밖에 없었다'는 장영희 교수 같은 이들이 그런 행운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공부란 여전히 '어려운 작업'이다. 책장만 덮으면 내용이 가물가물하고 시험장이나 취업 인터뷰 현장만 가면 머릿속이 굳어버리기 일쑤다. 평범한 두뇌의 소유자에게 보다 가시적 성과를 내는 공부 방법은 어떤 것일까.

《공부가 된다》는 단기간 내 합격을 목표로 사법시험 공부를 하던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학습 안내서다. 지식의 습득과 정리,저장과 활용의 4단계를 '그뤼닝 사이클'이라는 모델로 체계화했는데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다. 정보의 전체를 개관하는 '구조 읽기',정보를 이해하는 마인드 맵 작성,학습의 생체 리듬에 따른 기억과 저장,필요할 때마다 불러내는 복원의 단계를 거치다 보면 '공부 뇌와 학습 감각을 깨우는 강력한 원리'를 터득할 수 있다.

'두 다리가 세 다리 위에 앉아서 한 다리를 들고 있다. 갑자기 네 다리가 와서 한 다리를 낚아챈다. 그러자 두 다리는 네 다리를 향해 세 다리를 집어던진다. '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이 이야기를 오랫동안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완벽하게 외우기 위해선 전체 형상에 집중하는 오른 쪽 뇌를 가동해 각 '다리'들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변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다리는 닭다리,두 다리는 사람,세 다리는 다리 세 개가 달린 등받이 없는 의자,네 다리는 개를 가정할 수 있다.

우뇌를 동원한 '구조 읽기'와 더 빨리 읽으면서 더 깊이 이해하는 '3-2-1훈련',마라톤 효과를 이용한 텍스트 장악 등의 1단계 학습법을 통과하면 텍스트 구조 파악과 연관성 만들기로 정보 · 지식을 배열하고 결합하는 2단계로 나아간다. 여기서는 모든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경험과 비교하는 역할의 대뇌변연계를 안심시키고 학습의 덫이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잡는 요령을 소개했다.

'우리 몸에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될수록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어떤 부분에서 지나친 부담을 느낀다면 필사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 그때는 과감히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또 시험장에서 일시적으로 아무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 일종의 블랙아웃 상태다. 이 상황에 대비해 평소 긴장을 완화시키는 호흡법 등을 익혀둬야 한다. '

다음 단계는 학습 내용을 오래 저장해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자신이 선호하는 학습 통로의 발견,연습을 통해 집중력을 키우는 감각 훈련,시간의 주인이 되는 관리 전략을 배울 수 있다. 잘 이해된 정보라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성적 향상과 함께 마음과 인생까지 바꿀 수 있다는 공부법.저자의 주문은 그리 별난 게 아니다. '특별한 재능이나 똑똑함이 필요한 건 아니다. 지금 자신이 어떤 수준에 있든 노력만으로도 얼마든지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다만 올바른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