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옥씨(45)의 첫 소설집 《티파니에서》(들꽃)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소외되거나 외로운 사람이다.

<소리,소리,소리>의 '나'는 성폭행을 당했던 과거를 고백했다가 남편과 멀어진 주부다. 남편과 떨어져 있는 '나'는 치솟아오르는 광기를 멈출 수 없다. <문 밖에서>의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인 '나' 또한 상담센터에 음란전화를 걸거나 음악방송 진행자에게 집착하는 방법 외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찾아내지 못한다. <권태>의 '나'는 어머니의 골칫거리이자 친구들과의 관계도 시원치 않고 애인도 없는 30대 중반 여성으로 시들시들한 일상에 지쳤다.

이씨는 이들이 어떻게 고통을 극복하는지에도 관심을 두었다. <지상으로>에서 어둠을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지하철 기관사는 어두운 터널에서 운전하다가 '문득 빛이 보고 싶다'는 욕망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사고를 낸다. 초등학생의 눈으로 빈부격차를 그린 <나비,날아가다>에서는 키우던 나비를 하늘로 날려보내는 행동으로 욕구를 대리충족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