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해가 가려진다"

22일 오전 9시35분 대전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내 태양광학관측소.

이날 오전 이른 시간부터 일식을 관측하려는 연구원과 시민 100여명이 몰린 이곳에선 달에 의해 태양의 오른쪽 부분이 가려지면서 일식이 시작되자 연방 환호성이 터졌다.

이들은 셀로판테이프를 붙인 일명 '태양일식관측기'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가려지는 현상을 목격할 때마다 연방 탄성을 자아냈다.

시민들은 일식이 시작된 지 5분여만에 구름이 짙게 끼자 아쉬워하다가 중간 중간 구름 사이로 태양이 비칠 때마다 "보인다, 아까보다 더 많이 들어갔다"며 신기해했다.

구름 때문에 일식 현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자 관측소 곳곳을 돌며 천문연의 천체관측 장비를 구경하던 시민들은 오전 10시15분께 구름이 완전히 걷히자 다시 고개를 하늘로 바라봤다.

천문연은 연구원이 보유한 태양흑점망원경을 통해 투영된 태양이 하얀 종이 위에 비치는 모습도 이곳을 찾은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주현(8.서울 서대문구 홍제동)군은 "달이 태양을 야금야금 먹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며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을 못 봐서 아쉽다.

다음 개기일식이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천문연 김록순 연구원은 "일부 지역에 구름이 짙게 끼기는 했지만 2시간40여분 동안 진행되는 일식을 관측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제주도 서귀포 지역은 오전 10시48분께 태양의 93% 이상이 가려지는 등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많이 가려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자치단체와 기관별로 다채로운 일식 관측 행사가 벌어졌다.

가장 많이 가려진 태양이 관측된 제주에선 이날 오전 9시부터 제주별빛누리공원 야외광장과 보조관측실에서 학부모와 학생, 아마추어 사진작가 등 1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부분일식 관측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오전 9시31분 일식이 시작되자 짙은 선글라스나 태양관찰안경을 쓰거나 태양필터. 태양투영판이 장착된 망원경 13대를 이용해 일식을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잔뜩 흐린 날씨 속에 태양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자 태양이 잠깐씩 모습을 보일 때 마다 "나온다.

나와"를 외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부산에서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부산시,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주최로 '달, 해를 삼키다'를 주제로 일식관측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민 700여명이 참석해 주최측에서 설치해 놓은 천체망원경 10대를 통해 일식을 관측했으며,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천체망원경 앞에서 100m가량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대전.부산.제주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