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군 서원철폐령 실체 첫 확인
이때 철폐된 경남 창녕 유일의 사액서원이었던 관산(冠山)서원 자리에서 서원철폐령을 실증하는 유물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21일 "관산서원(현 관산서당) 사당터에서 땅속에 묻힌 위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위패는 김굉필 · 정여창 · 이언적 · 이황과 함께 영남 5현(嶺南五賢)으로 숭앙됐던 정구(鄭逑 · 1543~1620년)의 것으로,관산서원에 모셔졌다가 서원철폐령과 함께 땅속에 묻혔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 처음으로 발견된 이 매주(埋主)시설은 철폐된 사당터 한가운데를 파고 옹관처럼 옹기를 맞붙여 세워 그 안에 정구의 위패(신주)를 봉안했다. 또 옹기 둘레에는 사당에 얹었던 기와로 3겹이나 감싸고 단단하게 흙으로 덮은 특이한 형식이다.
강순형 소장은 "최근 사당터 복원을 위해 터파기 공사를 하다 이 같은 매주 시설을 발견했으며 비디오 내시경 조사 결과 옹기 안에 정구 선생의 위패가 모셔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원군의 서원 철폐와 관련된 유물 자료가 실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며 서원을 철폐하고 신주를 묻은 역사적 사실이 확인된 첫 사례여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정구는 영남학파의 두 거봉인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제자이자 미수 허목의 스승으로 이황 다음으로 많은 서원에 제향됐다. 정구는 또 창녕현감 시절 관산재(冠山齋)를 비롯한 8개의 서당을 세우는 등의 선정을 펼쳐 생사당(生祠堂 · 생전부터 백성들이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세워졌고 그가 사망하자 관산재 아래에 관산서원이 설립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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