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조영수씨가 지난해 11억9100만원의 저작권료를 받아 국내 음악 부문 저작권료 수입 1위에 올랐다. 제작자 겸 작곡가인 박진영씨는 10억7852만원으로 2위,작사가 안영민씨는 9억2811만원으로 3위에 각각 랭크됐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협) 저작권료 징수 실적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가요계 개인별 저작권료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최대 저작권신탁관리단체인 음협이 지난해 대중가요에 대해 징수한 저작권료 총액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781억원이었다. 10억원 이상의 저작권료를 받은 사람은 2명,5억원 이상 8명,1억원 이상은 100명을 헤아렸다.

이 자료는 그동안 "작곡가 A씨가 노래방 수입만으로 수억원을 번다더라" 하는 루머를 사실로 확인시켜 줬다. 또 한편으로는 연예 · 문화산업에도 저작권 시장이 열리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와 출판 등 다른 콘텐츠 분야는 기업들이 저작권을 거래처와 직접 관리하고 있는 반면 음악 시장은 신탁업체들이 일반 영업장을 대상으로 사후 관리하기 때문에 저작권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최소 100명의 작곡 · 작사가들은 노래방과 휴대폰 이용자들로부터 1억원 이상의 사용료를 받아 일반 직장인들처럼 생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많은 저작권료는 불법 복제로 여전히 유실되고 있는 실정이다.

23일부터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되면 창작자들의 저작권 수입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개정 저작권법은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불법 복제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작권 수입 1위에 오른 작곡가 조씨는 "대중이 따라부르기 쉬우면서도 새로운 멜로디의 곡을 만든다"며 "작곡에 앞서 항상 사회 트렌드를 연구해 신곡에 반영하는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발표한 SG워너비의 '라라라',다비치의 '사랑과 전쟁',이승철의 '듣고 있나요''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은 노래방과 휴대폰 벨소리 등에서 널리 애용됐다.

그는 올 들어서도 화제의 방송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테마곡 '애인만들기'와 홍진영의 트로트 '사랑의 배터리' 등으로 스펙트럼을 확대했다. 쉼 없이 쏟아낸 노래들 덕분에 그동안 음협에 등록한 곡도 200곡에 육박한다. "저작권료는 발표한 지 1년 내 신곡들에서 주로 발생하지 이전 곡들에서는 별로 없어요. 징수처도 예전에는 노래방이 압도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휴대폰 사용료가 늘고 있습니다. "

그가 비록 수입 1위에 올랐지만 음협 수수료(징수액의 약 22%)와 세금 등을 공제한 실수령액은 8억원 안팎.일본의 1위는 조씨보다 10배 이상,미국 1위는 100배 이상의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 시장 규모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법 복제가 만연한 데다 징수와 분배 체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