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낼수 없구나"..이색 장례 百態
겉부분은 박제, 유골은 사리 목걸이로

대표적 반려(伴侶)동물인 애완견을 키우는 가정이 크게 늘어나면서 숨진 애완견을 떠나보내는 장례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애지중지하던 애완견이 죽으면 집 마당이나 인근 야산에 묻고 명복을 비는 모습이 떠오를 법 하지만 매장이 어려운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자란 강아지들은 죽은 뒤에 저마다 다른 방식의 장례를 맞는 것이다.

애완견을 끔찍이 아꼈던 주인들은 논란 속에도 죽은 애완견을 박제로 만들어 소장하거나 화장한 뒤에 나오는 유골로 구술형태의 사리(舍利)를 만들어 애장품으로 간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00야, 너를 보낼 수가 없구나…"

박제업을 하는 A씨는 작년 7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완견 '요크셔테리어'를 박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강아지의 주인은 누구보다 사랑했던 애완견이 죽자 도무지 떠나보낼 수가 없었고 영원히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결국 박제사를 찾았다고 한다.

A씨는 "주인은 애견 요크셔테리어가 죽자 아는 사람을 통해 박제를 맡겨와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들어줬다"며 "박제를 맡기는 사람들 대부분은 애견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전했다.

A씨가 박제로 만드는 애완견은 1년에 5-6마리.

애완견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한 2002년께부터 애완견 박제를 시작했으니 그가 고객의 부탁을 받고 지금까지 박제해 준 애완견만도 수십마리에 달한다.

애완견 박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실제 박제를 의뢰하는 사람보다 10배 정도는 많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박제업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애완견 박제 비용은 소형견의 경우 20만-30만원, 이보다 큰 개는 25만-50만원으로 품종과 사체 상태에 따라 다르며 천연기념물인 진돗개는 100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A씨는 "애완견 박제는 키우던 주인들이 부탁해 온다. 자식같이 키우던 강아지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정에 못이겨서 부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박제에 필요없는 부위는 (화장하기 위해) 돌려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박제사 B씨는 애완견 박제를 하며 겪은 황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고객 중에는 아끼던 애완견이 죽어 땅에 묻었지만 3일도 채 못 넘기고 한밤 중에 사체를 땅에서 파내와 박제로 만들어달라며 하소연한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B씨는 "죽기 전 안락사시킨 뒤 박제를 해 달라는 사람도 있고 죽은 애완견을 며칠 씩 집에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제를 부탁했던 주인들이 박제된 작품을 보고 기뻐하는 것만은 아니다.

영혼없는 모습을 보고서 변심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박제사 40년 경력의 C씨는 "죽은 고양이를 생전 모습대로 만들어달라면서 박제의 머리와 팔, 다리 방향을 세세히 주문했다"면서 "하지만 주인은 만들어놓은 박제를 보고서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며 엄청나게 화를 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는 동물장묘업이 신설돼 애완견 화장이 합법화되면서 죽은 개의 유골분을 사리로 만들어 보관해주는 서비스가 일부 애견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동물장묘업체는 애완견을 화장한 뒤 남은 순수 유골분으로 자갈이나 구슬형태의 사리를 만들어 크리스털 보관함 등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죽은 애완견의 일부를 몸에 지닐 수 있도록 은으로 된 휴대전화 장식줄이나 목걸이에 보석대신 사리를 박아 귀금속 형태로 팔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박제업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같은 장례서비스를 받은 1천마리에 가까운 애완견들의 사리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올라와 있어 애견가들의 관심을 대변하고 있다.

◇ "아무리 사랑해도 그렇지"..찬반론 팽팽

해외에서는 강아지를 비롯해 기르던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이를 박제로 만드는 일이 오래 전부터 하나의 유망 사업분야로 자리잡았다.

2001년 11월 국내 한 월간지에 소개된 해외 애완동물 이색 비즈니스와 관련된 보도 내용을 보면 애완동물 박제업은 애완동물 '베이비시터', '전용 택시회사', '포토숍', '보험사업' 등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애완견 사업으로 꼽혔다.

특히 미국에서는 애완동물 박제업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애지중지했던 동물을 평생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이 줄을 잇고 있다고 이 잡지는 소개했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 애완동물 박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애완동물의 대부분이 강아지인 탓에 매일같이 품에 안고 가족처럼 지낸 애완견을 박제로 만드는 일에 거부감은 상당한 편이다.

떠나보낸 아쉬움을 넘어 어떤 형태로든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랑했던 강아지를 박제로 만드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는 것이다.

애견가인 고모(27.여)씨는 "죽은 애완견을 박제라든가 사리로 만드는 일은 사랑했던 가족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나보내주는 게 애완견을 진정 반려자로 존중해주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강모(24.여)씨도 "강아지를 정말 가족처럼 생각하는 데 (애완견을) 박제로 만들어 곁에 두는 것은 비정상적인 문화로 보인다"며 "살아 있을 때의 좋은 모습만 기억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해외에서 애완동물 박제업이 인기를 끌었을 당시 국내 박제업자 사이에서도 '애완견 전문 박제숍'을 열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실제 사업에 손을 댄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도 이런 정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25년 경력의 박제사 D씨는 "해외에서 박제업이 성행할 때 나도 국내에 애완견 박제 전문업소를 열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서 "수요가 큰 문제였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거부감)가 있어 그만뒀다"고 전했다.

하지만 애완견 박제를 나무라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완견을 키우는 일이 개인 취향인 것처럼 사랑했던 동물을 박제로 만들든 사리로 만들어 보관하든 저마다 취향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애완견 유골분을 사리로 만들어주는 동물장묘업체 관계자는 "모두 다 찬반여론이 있는 거 아니겠냐"면서 논란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