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얌! 약을 먹고 학용품 받아야지."

지난 7일 오후 3시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근에 있는 씨엠립 꼭부초등학교.400여명의 어린이들이 키 큰 나무 그늘에 모였다. 한국에서 온 조계종 화엄회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스님들이 나눠주는 학용품 선물을 받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에는 앙코르와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캄보디아의 아름다운세상(BWC),어린이센터'에서 'BWC화엄다목적센터' 기공식이 열렸다. BWC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설립한 사단법인 '로터스 월드'가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3만9600㎡(1만2000평)의 땅을 제공받아 2006년 문을 연 고아원 겸 학교.남녀 기숙사와 보육원,도서관,교실,식당,법당 등 12개 동의 건물을 갖추고 미취학 아동부터 청소년까지 67명에게 컴퓨터와 영어,한국어,태권도,예체능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날 기공한 다목적센터는 진료실 · 수술실 · 입원실 등의 의료시설과 주민들의 복지 및 선체험 공간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서울 김안과병원 등이 매년 5차례 이상 실시해 온 무료진료 때마다 1500~2000여명의 주민들이 진료를 받을 정도로 환자들이 늘고 있어 의료시설 확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매번 50여명의 수술 환자 중 상당수가 수술 후 치료를 받지 못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마침 조계종 중앙종회 종책연구모임인 화엄회가 이 같은 사정을 알고 'BWC아동센터'를 로터스 월드와 공동 운영키로 하고 다목적센터 건립 비용을 내놓았다. 2004년 창립 초기부터 해외 복지사업을 추진했던 화엄회는 독자적인 사업 추진보다는 기존 사업에 동참키로 하고 다목적센터 건립비용 외에도 매년 3만달러의 시설 운영비를 지원키로 했다.

그간 32차례나 캄보디아를 방문하며 BWC 설립 · 운영을 이끌어온 성관 스님(로터스월드 이사장)은 "불교계에도 세계적인 규모의 국제 구호 · 교육단체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하던 터에 화엄회가 좋은 제안을 해서 꿈을 이루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우선 동남아 불교권 국가들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화엄회의 자승 스님(전 중앙종회 의장)은 "베트남에서 복지사업을 추진해 봤으나 쉽지 않았다"며 "경쟁적 사업 추진보다는 성관 스님처럼 능력과 원력을 가진 분을 뒤에서 돕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복지사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현장에 와보니 그 필요성을 절감하겠다"고 했고,성관 스님은 "6 · 25 때 우리를 도와준 나라들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있었고,캄보디아도 그 중 하나였다"며 "국가 간,이웃 간 관계 증진과 호혜성의 차원에서 이제는 우리가 갚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씨엠립(캄보디아)=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