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연예인 표준계약서 제정

연예인이 기획사와 체결하는 전속계약 기간이 7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연예인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예인 표준계약서'가 발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대중문화예술인(연예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연예산업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가수 표준전속계약서'와 '연기자 표준전속계약서' 2종을 심사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연예제작자협회(가수부문)와 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기자 부문)의 심사청구를 통해 마련한 표준약관에 따르면 기획사는 연기자와 7년을 초과하는 전속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과도한 장기계약은 연예인이 다른 기획사로 옮길 기회를 박탈하고 기획사측과 불필요한 분쟁과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기계약이 필요하면 연예기획사와 연기자의 합의에 따라 계약기간을 변경하거나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

가수는 명시적인 계약기간의 제한은 없지만 7년이 넘으면 계약해지를 주장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해지를 통보한 이후 6개월 뒤에 계약이 종료된다.

다만 기획사와 가수가 합의한 경우 해지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고 해외활동을 위한 7년 이상 계약존속이 필요한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별도 합의에 따라 장기계약을 할 수도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는 연예인 훈련기간과 투자액회수기간을 고려해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중소 기획사의 시장 진입을 막아 경쟁을 제한하는 폐해도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기획사가 연예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삭제하도록 했다.

대표적인 예로 항상 자신의 위치를 기획사에 통보하게 하거나 사생활 일체를 미리 상의해 기획사의 지휘감독을 따르도록 한 조항을 꼽을 수 있다.

기획사가 연예인에게 인격권 침해행위 등을 요구하면 연예인은 이를 거절할 수 있고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도록 했다.

연예인을 동원한 유명인사 접대 등을 예방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또 연예인은 기획사의 매니지먼트 활동에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관련 자료의 열람 혹은 복사를 요청하면 기획사가 이에 따르도록 규정했다.

이 밖에도 기획사가 전속계약 권리를 다른 기획사 등에 넘기는 경우 사전에 연예인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며 연예인은 연예활동 이외 경제활동을 하고자 할 경우 연예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다.

공정위는 작년 12월부터 연예인 표준약관을 제정하기 위해 2개 기획사협회를 비롯해 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가수협회, 현직 연예인 등과 수십 차례 간담회 및 면담을 가졌다.

당초 표준계약서 심사를 청구했던 연예제작자협회가 지난 3일 심사청구 취하서를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연예산업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표준약관을 공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에 심사한 표준계약서를 관련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에게 통보하고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한편 연예산업에서 불공정약관 및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성구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표준계약서를 통해 계약 당사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던 불공정조항들을 솎아내 연예인이 실질적으로 대등한 계약당사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