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와 악취가 한곳에 있게 되면, 향기는 없고 악취만 있게 되며,어린 곡식 사이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좋은 곡식에 해가 될 것이다. (薰臭同處,則無薰而有臭.苗不去 秀,則有害於嘉穀.)"(기대승의 《고봉집》 중 '고봉선생논사록')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 · 1527~1572)이 임금의 공부를 돕는 경연(經筵)에 참석했을 때였다. 마침 소인배들의 득세에 관한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됐다. 선생은 군자와 소인,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진정으로 공평한 것이 아니라며 이렇게 역설했다.

"고식적이고 게으른 사람들은 '매사에 공평해야만 한다'고 말하는데,군자를 후대하고 소인을 박대하는 것이 진정으로 공평한 것이다. 군자와 소인의 차별이 없다면 이는 크게 공평하지 못한 것이다. " 사람들은 흔히 "좋은 게 좋다"고 하지만 이런 태도는 일시적인 화합과 외면적인 공정성은 담보할 수 있어도 결국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번역 · 해설=권경열(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