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차리느라고 오가는 것을 삼가며,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참견하는 것을 삼가며,문자만을 너무 구하는 것을 삼가며,잠을 정도에 지나치게 자는 것을 삼가며,속된 반연에 꺼들려 산란함을 삼갈지어다. '

고려의 보조지눌이 지은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의 일부다. 처음 출가한 스님들은 이 '계초심학인문'과 원효대사의 '발심수행장',고려 야운 스님의 '자경문'을 합친 《초발심자경문》을 불교입문의 필독서로 배운다. 대중생활의 규범과 참선수행하는 이들을 경각시키는 내용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종립(宗立) 승가대학원장인 지안 스님이 《초발심자경문》의 한문 원본에 음과 토(吐)를 달고 우리말로 번역,해설한 책 《처음처럼》(조계종출판사)을 내놓았다.

지안 스님은 "지금도 화가 나거나 불만이 생기면 '주인공아,내 말을 들어라.많은 사람이 공문 속에서 도를 얻었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오래도록 중생의 괴로운 세계에서 헤매고 있는가'라는 '자경문'의 첫구절을 되새기며 반성한다"고 설명했다. 또 "세상이 온통 밥벌이,돈벌이 등 '벌이'에 매달리며 지구 전체가 탐욕의 장으로 변해버린 시대라 더욱 초발심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80쪽,1만8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