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찬란한 유산'서 '훈남' 준세 역
배수빈 "'훈남' 준세의 멋진 사랑 기대하세요"
여성들에게 '키다리 아저씨'는 영원히 변치 않는 판타지다.

늘 나를 조용히 바라보고, 지켜주며,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의 판타지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맞물리며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아왔다.

시청률 35%를 돌파한 SBS TV '찬란한 유산'의 배수빈(33)도 요즘 이러한 판타지를 자극하며 '훈남' 대열에 합류했다.

그가 극중 연기하는 준세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갖췄음에도 착하고 속이 깊은 남자다.

"감독님께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디있냐'고 물었어요. (웃음) 제가 봐도 너무 멋진 녀석이거든요. 집안 좋은 미국 유학파에 근사한 레스토랑 사장이고, 성격 좋고 매너 좋으니 남성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마음에 안 들 것도 같아요. 감독님은 '그러니까 수빈씨가 잘해줘야죠'라고 하셨어요."

그런 준세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사는 은성(한효주 분)을 기특한 마음에 도와주다 사랑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조건이 좋은 준세는 그동안 많은 여자를 만나봤을 거예요.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울린 상대를 못 만났는데 은성이의 내면을 보고 반해버린거죠. 준세의 심경은 지금 굉장히 복잡해요. 어렵게 사랑을 고백했는데 은성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환(이승기)이 치고 들어오기 시작하니 불안하죠. 그렇게 잘해줬는데도 은성이가 환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을 보면, 너무 잘해주면 안된다는 생각도 들어요. (웃음) 그래도 어쩌겠어요. 준세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은성에게 더 잘해주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제부터는 확실하게 나갑니다. 준세도 환에게 은성을 뺏길 수 없다고 결심했거든요."
배수빈 "'훈남' 준세의 멋진 사랑 기대하세요"
그는 "나 역시도 누군가를 바라만 본 적도 있고, 마음을 고백했는데 상대가 떠나간 적도 있다"며 "남자들은 한번쯤 좋아하는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잘해줘본 경험이 있는데 준세는 그런 남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 같다.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잘해주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그 사랑 자체가 충분히 값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찬란한 유산'의 시청률이 30%를 넘어 35%까지 간 데는 은성-환-준세의 3각 관계가 부각된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멜로를 유독 좋아하는 국내 시청자들이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

"실제로 멜로가 불이 붙으면서 드라마가 더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 우리도 대본을 보면 두근두근거리니까요. 연기라고 하지만 감정 이입을 어느정도는 해야 멜로가 제대로 되는 것 같아요. 배우들간 미묘한 화학작용이 실제로 있어야 시청자들에게도 그 느낌이 전달되거든요."

'훈남'을 맡은 까닭에 그는 요즘 외모에도 부쩍 신경을 쓴다.

"제가 원래 '미모'로 승부하는 배우가 아닌데 본의 아니게 극중 '훈남'이다보니 피부 특별 관리에 들어가는 등 외모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해 볼살이 푹 들어가고 피부가 까맣게 그을려 극 초반에 '까만 멸치' 같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안되겠다 싶어서 틈나는대로 팩을 하는 등 관리 중인데 그나마 멸치에서 꽁치 수준으로는 올라온 것 같아요.(웃음)"

2000년부터 연예계를 노크하다 2005년 3월 MBC TV '베스트극장-낙조 속에서 울다'를 통해 정식 데뷔한 배수빈은 이후 SBS TV '남자가 사랑할 때', KBS 2TV '해신'를 거쳐 MBC TV '주몽'에서는 양성적인 묘한 매력을 풍기는 '사용'으로, SBS TV '바람의 화원'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정조 역으로 방점을 찍었다.

그는 '바람의 화원'으로 지난해 SBS 연기대상에서 뉴스타상을 받았다.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그동안은 제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리지 못했어요. '사용'이나 '정조'로 기억됐죠. 하지만 이번에는 준세라는 캐릭터와 함께 배수빈이라는 이름을 알리게된 것 같아 기분 좋아요. 그간 오랜 마음 고생의 시간이 있었는데, 준비하고 기다리면 결국에는 때가 온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합천 해인사로 내려가 며칠간 수행을 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다 덤벼라. 뭐든 할 수 있다'는 심정이에요. 그간의 마음 고생 다 떨치고 올해부터는 찬란해질 것이라 믿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