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만드는 무료 전문잡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패션,영화,스포츠 분야를 대학생 눈높이에 맞춘 게 차별화 포인트다.

지난해 10월에 창간한 '르 데뷰(Le Debut)'는 대학생이 만든 최초의 패션지로 매회 1만5000부 정도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주 4호째를 냈는데 곧바로 동이났다고.창간 멤버는 11명이었지만 잡지가 알려지고 쪽수가 84페이지로 크게 늘어나면서 참여 인원이 25여명으로 늘었다. 무보수로 일하는 이들의 절반 정도는 학교 졸업 이후 패션지나 패션 관련 일을 염두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스펙'과 관계없이 패션에 관심이 많아 잡지 제작에 참여한다.

제작비는 1회에 1500만원 정도.광고 수입은 700만~800만원,나머지는 기부금으로 메운다고.창간 때부터 편집장을 맡고 있는 장은하씨(22 · 고려대 경영학과 4년)는 "명품을 주로 다루는 유명 패션지들과 달리 20대 눈높이에 맞춘 실속 위주의 제품을 다뤄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21호가 나온 '필름에 관한 짧은 사랑'은 대학생 영화 마니아들이 2007년 3월에 창간한 영화 잡지다. 편집장 강민영씨(25 · 추계예술대 미술학부4년)는 "상업영화 위주의 기존 영화 잡지에서 다뤄지지 않은 영화와 우리 또래의 시선을 담고 싶어 잡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잡지는 상상마당,미로스페이스,하이퍼텍나다 등 서울의 시네마테크는 물론 부산,대구 등지에서도 배포된다.

작년 4월 첫 발행된 '스포츠 KU'는 주로 고려대 운동부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대학축구 리그 등 기성 매체가 깊게 다루지 않은 대학 스포츠 전반의 흥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분량은 48~80페이지 정도로 한 학기에 3번 3000~8000부 발행한다. 창간 때는 필진들이 30만원씩 갹출해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광고비 150여만원으로도 충분하다. '스포츠KU'의 편집장 김민규씨(24 · 고려대 언론학부4년)는 "앞으로 대학 스포츠계 전체를 아우르는 대학 스포츠 전문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했다.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블로거 잡지 'ON20'도 인기를 끄는 대학생 잡지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대학생들이 잡지 제작과 유통과정에서 인터넷이 주지 못하는 참된 소통의 즐거움을 찾는 것같다"며 "이런 트렌트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