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를 발견한 영국의 위대한 탐험가.’제임스 쿡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을 검색하면 나오는 설명이다. 쿡은 호주와 뉴질랜드를 처음 발견한 인물로 영국 해군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탐험가로 꼽힌다. 호주에는 그의 이름을 그대로 딴 대학교까지 존재할 정도다. 모두가 쿡의 새 영토 발견에 주목할 때 그 뒤에 숨은 다른 얼굴들에 눈길을 준 작가가 있다. 호주 시드니에 작업실을 둔 작가 대니얼 보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쿡의 업적 대신 영국의 침략을 받고 터전을 뺏긴 호주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보이드 자신이 호주 원주민이라는 뿌리를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다.이미 한국에서 세 번의 개인전을 선보인 보이드는 바탕에 다양한 형태의 점을 찍는 그만의 점묘 기법으로 관람객들에게 잘 알려졌다. 점 하나하나를 ‘세상을 보는 렌즈’라고 칭하며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봐 달라고 그림을 통해 호소한다. 지배자와 강자의 일방적 시선으로 기록된 역사를 점을 찍으며 재해석함으로써 잊힌 기록에 숨을 불어넣는다.그는 지난달 21일부터 홍콩 금융가 한복판에 ‘렌즈’를 삽입했다. 그는 지난달 말 열린 아트바젤 홍콩의 인카운터스 섹션에 참가해 홍콩 랜드마크 쇼핑몰 중 하나인 퍼시픽플레이스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인카운터스는 아트바젤 홍콩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대형 설치작을 선보이는 프로그램. 보이드는 창문 철판 설치작뿐만 아니라 건물 천장과 바닥에도 모두 작품을 배치해 쇼핑몰을 자신의 예술 무대로 탈바꿈했다. 퍼시픽플레이스 2층 창문은 홍콩 아트위크 내내 그의 구멍 뚫린 철판 작품으로 가려져 있었
프랑스어로 ‘벨 에포크(La Belle poque)’는 아름다운 시절이다. 대체로 1880년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다. 벨 에포크에서 착안한 ‘팝 에포크’는 필자가 지어낸 신조어다. 팝(pop music), 즉 대중음악의 벨 에포크라면 비틀스의 1960년대를, 레드 제플린의 1970년대를, 마이클 잭슨의 1980년대를 떠올릴 수도 있다. 다른 이는 너바나의 1990년대, 뉴진스의 2020년대를 꼽을지도. 당신의 팝 에포크는 언제인가. 베토벤의 1800년대, 말러의 1900년대라고 해도 좋다. 팝 에포크의 팝은 팝 뮤직뿐 아니라 내 귀를 ‘펑!(pop!)’ 뚫어준 환희와 충격의 아름다운 청각 시대를 가리키니까. 팝 에포크는 매번 ‘당신(또는 그들)의 팝 에포크는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리라. 그리고 첫 회 주인공은 장애인이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환희와 충격의 아름다운 청각시대1984년 12월 31일 오후, 영국 셰필드 외곽의 자동차 전용도로. 릭 앨런은 여자친구와 스포츠카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즐거움도 잠시. 앞차를 추월하려고 속력을 높인 순간 차는 그만 통제력을 잃고 커브길의 돌담을 들이받은 뒤 차도 밖으로 이탈한다. 차체 밖으로 튕겨 나간 앨런은 그 치명적 사고에서 천운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왼팔을 잃었다.앨런의 삶은 그때까지만 해도 커리어의 정점을 향해 우상향하고 있었다. 그가 몸담은 록 밴드 데프 레퍼드의 일원으로서…. 앨런은 드러머였다. 사고 직후, 그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드러머에게 한 팔이 없다는 것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장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친구들은 없는 길이라면 만들어 질주해 보기로 했다. 앨런만을 위한
트렌치코트. ‘지구 온난화의 폐해’ ‘남녀의 양육 책임의 한계와 허용 범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워라밸의 균형감’ ‘우울증과 노출증 같은 현대 사회의 정신적 감정적 질병’…. 패션 칼럼에서 거론하기엔 너무나도 심각하고 진지한 이 주제들을 트렌치코트를 다루며 생각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탁월한 방수성은 물론 스타일 측면에서도 인정받아 민간에서 큰 인기를 끌어 고안된 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트렌치코트. 이 의미심장하고 중차대한 옷은 살아남아 사랑받은 기간만큼이나 깊고도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트렌치코트가 던지는 화두들가장 먼저 대두된 질문,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폐해는 무엇일까. 심각하고도 무시무시한 거시적인 이야기들이 100만 가지쯤 쏟아지겠지만 절절한 옷 애호가(라고 쓰고 옷 환자라고 읽는다)인 필자에겐 트렌치코트를 입을 날이 줄어든다는 매우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폐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렌치코트를 입을 결심’을 위해 용기 내는 분들이 있으리라. 오래전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던 험프리 보가트처럼 근사하게 연출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트렌치코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한다. 트렌치코트 탄생에 관한 오해많은 이가 오해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트렌치코트는 원래부터 군용 장비로 탄생한 것은 아니다. 트렌치라는 영단어가 쏟아지는 포화로부터 몸을 숨기는 전쟁용 참호를 일컫는 표현이니 응당 참호전을 위해 개발된 옷이리라 추정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미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