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 제목을 붙이자고 최종 결론을 내렸을 때,저자와 출판사 모두 걱정에 휩싸였다. 얄팍한 부부관계 해법이나 남자들의 어설픈 욕망에 대한 책으로 비쳐질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사실 '아내'와 '후회'라는 키워드는 이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도입장치에 불과하다. 그동안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것,그것부터 속 시원히 짚고 가자는 의미다. 연봉,자식,사회적 위치,대한민국을 책임진 세대…,그런 '겉으로 보여줘야 하는 남자' 말고 진짜 내가 '되고 싶은' 남자 얘기를 해보자는 취지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인기 강사'로 이름난 저자 김정운 교수는 기실 여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다. 남자들이 하지 않는 '속 깊은 얘기'를 거리낌 없이 내뱉는 데다 성공한 남자들이 보호막으로 갖고 있는 '허세' 같은 게 그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는 '남자들도 알고 보면 고생이 많다'는 앓는 소리나 '남성에 대한 거창한 정치사회학적 정의' 따위는 없다.

그의 이번 책 역시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이 어느덧 '권위와 지위와 소속이 자신의 전부인 줄 알게 되면' 어떤 부작용이 오는지 고해성사가 담긴 동병상련의 하소연에 가깝다. 6월 초에 책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프장에서 만난 동년배 남성독자들로부터 '은근한 눈빛이 담긴 감사치레'를 들었다고 저자는 경험담을 전했다. 그 눈빛에는 '가려운 데 긁어줘서 고맙다' '교수인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다니…' 하는 무언의 동질감이 담겨 있었다 했다.

서점가에선 올해 중반까지 유독 '엄마'들의 독주가 거셌다. 여자들의 고마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남자들은 뿔이 나 있다. 남자라고 다 누리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남자들이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고,화장실에서까지 혼나는 게 남자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낄낄거리며 공감하다가,아주 작고 다양한 일상의 행복법을 찾게 해주는" 책이다.

올 휴가엔 골치 아픈 경영서 대신 이런 책 한 권 챙겨보는 건 어떨까?

이은정 쌤앤파커스 기획편집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