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포스코미술관에서 개인전(7월9일까지)을 갖고 있는 홍주영씨(61)는 사진 작가로 '제2막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홍씨는 한국외국어대 포르투갈어과를 나와 20년간 브라질과 멕시코 등 포스코의 중남미 지사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귀국한 뒤 나이 50줄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운 '늦깎이 사진 작가'.늦게 시작했지만 이번 전시가 벌써 국내에서 여는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2006년 중앙대 예술대학원 영상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사진 전문가 대열에 합류했으며 지난해 화랑미술제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미술대전에서는 '얼음꽃'시리즈 10점을 출품해 '최고의 작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사진이 우리 인생과 닮은 것 같지만 서로 다른 점도 많아 더욱 흥미롭다고 말했다. "한 번 놓친 기회는 다시 잡기 힘들죠.늘 회한이 남고 슬럼프도 있다는 점에서 사진과 인생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사진은 쉽게 다시 찍고 편집하고 감정을 담아둘 수 있지만 인생은 그럴 수 없지요. "

대학 시절 사진기자로 활동한 홍씨는 처음에는 주로 야생화에 렌즈를 들이댔다. "꽃과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담아내고자 했거든요. 들꽃을 찍는 작가들이 많아 경쟁력이 없다 싶어 '얼음 꽃'으로 방향을 바꿨고요. "

그는 "얼음꽃 시리즈를 통해 인간 내면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고자 했다"며 "얼음이 깨어질 때의 균열은 인간이 고통 속에서 내지르는 비명이고 결빙 과정에서 형성된 아름다운 기포는 환희와 기쁨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가 렌즈로 잡아낸 꽃술과 잎맥들은 산과 바다,소나기가 내리는 정글 같은 초자연적인 느낌을 준다. 66~200㎝ 크기의 화면에 박힌 붉은 톤의 얼음꽃은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의 순환성을 상징한다. "설악산과 지리산,한강,낙동강 등 전국을 돌며 채집한 야생화를 소재로 했습니다. 얼음기포와 꽃의 융합을 초접사 렌즈로 촬영하고 이를 실물 꽃보다 더 큰 화면으로 확대함으로써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마이크로 세계의 신비함을 드러냈죠."

이번 전시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얼음꽃' 연작 30점이 걸렸다. (02)3457-166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