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범죄학' 출간

올초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PCL-R)에서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은 뒤 일반인 사이에서도 사이코패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이코패스 테스트' 문항들이 떠돌아다녔고, 여러 문항을 풀어보며 자신에게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지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일까.

범죄학자인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패러독스 범죄학'(메디치미디어 펴냄)에서 심리 검사만으로 사이코패스를 가려내기란 지극히 어렵다면서 자극적인 일반화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인 심리검사는 대상자의 현재 정신상태에 관한 정보만 제공할 뿐이지 범행 당시의 정신상태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심리검사가 제공하는 정보는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저자는 사이코패스이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나 사이코패스가 아니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모두 많다면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측면으로 사이코패스를 보도하는 언론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상식 속에 가려진 범죄의 진짜 얼굴'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저자는 30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범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상식'과 '통념'이 상당 부분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TV나 영화가 모방범죄를 만들어 내는지는 오랜 시간 논란이 됐는데, 저자는 영향이 있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

범죄 동기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는 TV가 별 영향이 없겠지만, 이미 동기를 가진 사람에게 범죄 방식이나 탈출 방법을 알려주는 TV가 범죄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회ㆍ시위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시위 참가자의 생산 손실 비용과 경찰 관리 비용, 집회지 인근 사업체의 영업 손실 등을 분석해 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경제동향에 영향을 줄 만큼 경제 비용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경제에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 정도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향하는 당연한 사회적 비용으로 감수해야 하며, 경계해야 할 것은 불법 폭력 시위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한, 어느 연령층이 범죄를 자주 저지르는지에 대해 저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40대의 범행률이 높다는 통계를 소개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40대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크다는 점을 원인으로 추측한다.

240쪽. 1만3천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