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내려진 연방배심 평결결과에 대해 항소 의지를 보였던 비(본명 정지훈)와 JYP 엔터테인먼트가 원고인 클릭엔터테인먼트와 합의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법조계에 따르면 원고인 클릭엔터테인먼트측은 피고들이 재심과 항소까지 갈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배상금을 당장 받아낼 수 없고, 피고는 재심과 항소까지 갈 경우 변호사비용이 많이 들고 항소에서도 질 경우 배상금을 원고에게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번 합의는 양측에게 모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방법원이 합의회의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케이스를 재심의하거나 항소법원으로 갈 경우 법원에 부담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법조계는 불경기로 인해 캘리포니아주 판사들이 자진해서 연봉을 삭감하고 법원을 한달에 하루 닫는 등 재정위기가 심각하다.

이런 판국에 재판이 늘어나면 법원에 부담이 많아지기 때문에 합의를 종용한다.

물론 그렇다고 피고와 원고가 합의를 할 능력이나 입장이 아닌데 강제로 합의명령을 내리는 판사는 없다.

또한 합의를 하지 않는다고 재심이나 항소에서 피고나 원고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아니다.

미연방민사절차법에 의하면 연방재판에서 합의회의는 재판전이나 후에 아무때나 열릴 수 있는 통상적인 절차로 판사가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강제합의를 유도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두번의 합의회의를 통해 합의점에 거의 도달했고, 단지 원고측 변호사가 합의금액이나 조건에 대한 결정권(authority)이 없기 때문에 이 판사를 주재한 케빈 챙 판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최종합의회의에 결정권이 있는 클릭엔터테인먼트의 이승수 대표와 그를 통역해줄 한국어 통역까지 참석시켜서 합의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시키고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추측된다.

챙 판사는 합의에 거의 도달했기 때문에 이 대표의 참석을 명령한 것이었고, 원래 합의사항의 공개는 판사가 명령하지 않아도 당사자들이 비공개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비공개 명령은 절대로 이례적이지 않다.

반면 피고들은 이미 변호사들에게 합의금액이나 조건에 대한 결정권을 줬기 때문에 비나 JYP측이 최종 합의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이번 합의의 조건이나 합의과정은 법원명령에 따라 절대로 공개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하와이 소송이 비와 JYP의 로스앤젤레스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근거가 없다.

하와이 소송이 어느 쪽의 잘못의 인정없이 합의로 끝났기 때문에 미연방민사절차법에 따르면 비와 JYP와 관련된 다른 소송에서 변호사들이 하와이 소송을 증거로 언급도 할 수 없는 것이 미법조계의 해석이다.

또한 하와이 소송은 LA 소송과 원고도 달르고 당시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

또한 이번 합의는 하와이 법원이 배심원의 평결이 잘못된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향후 다른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부 언론들은 판사가 이례적으로 세번에 걸쳐 강제합의를 유도한 것은 배심원 평결이 잘못됐다고 판사나 법원이 인정했고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번복되는 결과를 원하지 않는 결과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합의를 주재한 챙 판사와 지난 3월 평결을 내린 판사가 다른 판사이고 항소는 하와이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소재 항소법원에서 열린다는 점 그리고 판사가 배심원이 내린 평결이 항소심에서 번복되는 결과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미국 사법제도의 특징을 간과한 것이다.

만일 진짜 챙 판사가 배심원 평결이 터무니 없다고 판단했다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를 바탕으로 재심을 명령했어야 하는데 챙 판사는 피고측이 제출한 재심청구 요청서에 대한 심의도 하지 않았다.

이 심의는 원래 합의회의 후인 지난 1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이는 최종합의회의가 결렬될 경우 재심청구에 대한 심의를 하겠다는 판사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한마디로 합의를 통해 당사자들이 잘잘못(merit)을 따지지 않고 경제적으로 모두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해원 통신원 matrix196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