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쟁적인 경영 환경으로 인해 사업하기 힘든 산업 분야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초경쟁(hypercompetition)은 짧은 제품 수명과 제품 디자인 주기,새로운 기술,예기치 못한 이단 업체의 등장,기존 업체들의 반격,다양한 업종의 통합 등으로 시장 경계가 모호해지고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1964년 펩시는 다이어트 펩시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코카콜라가 대응 제품인 다이어트 코크를 시장에 선보인 것은 1982년이었다. 무려 18년 동안 펩시는 이 제품으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초경쟁 시대에는 어떠한가?

특정 기업이 히트 제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펩시처럼 오랜 기간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카메라 산업을 보라.코닥은 우수한 필름 품질로 오랜 기간 시장에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즉석 카메라를 선보인 폴라로이드에 이어 디지털 카메라로 무장한 일본 업체들의 공격으로 시장 지위가 거의 와해됐다.

휴대폰 산업도 마찬가지다. 2004년 레이저 폰을 시장에 내놓은 모토로라는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노키아와 자웅을 겨뤘다. 하지만 그 후 모토로라는 이렇다할 히트 제품을 출시하지 못했고,레이저 폰의 영광도 막을 내렸다.

코닥이나 모토로라가 간과한 것은 초경쟁 시대의 경쟁 원리다. '하이퍼컴피티션'을 쓴 리처드 다베니 미국 다트머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초경쟁 시대에 기업에 필요한 것은 원대하고 장기적인 전략이 아니라,짧은 기간 동안 유지되는 경쟁 우위를 꾸준히 만들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장기간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도스(DOS)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윈도(Window) 시리즈를 계속 출시했기 때문이다. 닌텐도 인텔 질레트 등 초경쟁 시대의 특성을 잘 파악한 기업들은 기존 제품을 유지하는 데 집착하지 않고,오히려 신제품을 통해 옛 제품을 진부하게 만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초경쟁 시대에 성과를 내고 싶다면,저자의 조언대로 판세를 흔들어서 경쟁사를 혼란에 빠뜨리고 시장을 선점하라.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