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맞다와 무답이│최성각 지음│이상훈 그림│실천문학사│168쪽│9800원

강원도 산골짜기 연구소에서 일하는 작가 최성각씨(54)는 "뱀을 쫓아내려면 거위를 키워보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새끼 거위 한쌍을 샀다. 최씨와 그의 동료는 거위 수컷에게 '맞다',암컷에게 '무답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런 독특한 이름을 지어준 이유는? 이들을 데리고 가면서 새만금 갯벌 문제를 두고 열을 올리고 있는데 한 놈이 "꽥꽥!"하고 맞장구를 치는 게 마치 "맞다 맞다!"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한 녀석은 새만금 갯벌에 관심이 없는 듯 아무런 대답을 안 했다 하여 '무답이'가 됐다.

최씨는 이들과 함께 보낸 2년을 담아 생태소설 《거위,맞다와 무답이》를 썼다. 이 작품은 거위 한쌍이 사람들에게 안겨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반가운 사람 앞에서 개가 꼬리를 흔들 듯 거위는 날개를 퍼덕인다. 땅바닥의 낙엽이 붕 떠서 날아다닐 정도로 크게 날갯짓하는 거위를 볼 때마다 그는 왠지 이 세상에서 쓸모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한껏 으쓱해지곤 했다.

이런 기쁨은 새와 돌멩이,자전거와 지렁이 등에 환경상을 주는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펼치던 최씨와 주변인들의 마음가짐 덕이다. 사람이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을 마음대로 취급하고 제멋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이들은 맞다와 무답이도 식구로 받아들인다.

거위들이 연구소에 온 후에도 뱀은 가끔 나타났지만 연구소 사람들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가족은 의무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거위들을 바깥에 풀어놓으면 채소밭을 망치게 될까 걱정하지도 않는다. 밭의 작물들을 거위에게 빼앗기는 게 아니라 거위들과 같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수리부엉이에게 맞다와 무답이를 빼앗긴 후 연구소는 새로운 거위 한쌍을 맞아들였다. 이번에는 수리부엉이가 채가지 못하도록 '철근'과 '구리'라는 쇠붙이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