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후루야 마사유키 "한류, 문화장르 하나로 안착"

"한류 붐이 꺾였지만 한국 문화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35살의 일본인 DJ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 씨는 현재 일본의 한류 관련 행사에서 가장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이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 관련 방송 프로그램은 TV와 라디오를 합쳐 모두 8개. 홋카이도의 '비트 오브 코리아'(Beat of KoreaㆍFM 노스웨이브)나 간사이(關西) 지방의 '한스타일'(Han-StyleㆍFM 코코로), 도쿄 등 간토(關東) 지역의 'K제너레이션'(K-Generationㆍ인터 FM) 등 특히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한류 팬들에게는 매주 빼먹어서는 안 될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신문과 잡지 4곳에도 정기적으로 한국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만 빅뱅의 팬미팅을 비롯해 13개의 한류스타 팬미팅을 진행했을 정도니 한류 팬들 사이에서는 웬만한 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

방송 녹음차 오사카에 온 후루야씨에게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최근 일본 현지의 분위기를 들었다.

◆한류 40~50대에서 10~20대로 '이동 中' = 후루야씨는 최근의 한류에 대해 "붐이 끝난 지는 3~4년 됐지만 지금은 하나의 문화 장르로 안착된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그가 최근의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팬들의 연령층이다.

"붐으로서의 한류가 40대 이상의 연령대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의 한국 대중문화는 10대나 20대에게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고 있는 동방신기나 SS501 등 아이돌 그룹의 활약은 이러한 분위기의 신호탄. 하지만 후루야씨는 앞으로의 한류에 대해 스타들의 활약보다는 인디 계열 뮤지션들의 일본 진출에 더 무게를 뒀다.

"솔직히 일본에서 동방신기는 '도호신기'(동방신기의 일본어 발음)입니다.

한국 가수가 아니라 일본 가수로 아는 일본인들이 많아요.

인디쪽의 음악가들 중 일본의 젊은이들도 좋아할 분들도 많은데 이분들이 더 많이 일본에 소개됐으면 좋겠습니다.

"
그가 최근 직접 일본에서 음반 레이블을 만들어 한국의 인디가수들을 적극 소개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100만장 넘게 음반이 팔린 인디 가수들도 있을 만큼 일본 대중음악계에는 '인디'니 '메이저'니 하는 구분이 별로 없다.

한국의 인디 뮤지션들 중 일본 활동의 성공사례가 곧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류스타 이벤트 '매너리즘' 경계해야 = 1999년 처음 한국 대중문화를 소개하는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뒤 11년째를 맞고 있는 후루야씨가 말하는 한국 문화의 매력은 바로 '정'(情)이다.

'정(情)이 있다'는 말은 한국어와 일본어 모두에 있는 표현이지만 일본어의 '정'이 '예의 바름'만을 뜻한다면 한국어의 정은 '미운정까지도 어우르는 한층 더 끈끈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한류 스타들의 일본 이벤트에는 정작 한국 문화의 장점인 '정'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1만엔(약 13만원)을 넘어서는 비싼 티켓 값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류스타들의 팬미팅 이벤트는 내용이 다 비슷해요.

게임을 잠깐 하고 그러다가 스타에게 선물을 주고 스타는 편지를 읽어주고 팬들은 울고…. 거장 에릭 클랩턴의 공연 티켓 8천엔(약 10만원)보다도 더 많은 돈을 주고 들어온 팬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무성의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
그는 직접 촬영해 온 셀프카메라를 들고 팬미팅을 가진 이정재나 1인 연극을 준비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박신양의 경우를 '정이 있는 이벤트'로 소개하며 "한류를 이어나가려면 한국의 스타들이 일본 팬들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일 젊은 세대 교류 이바지하고파 = "한 때는 한국을 김연자ㆍ조용필의 나라로만 알았다"는 그는 1990년대 후반 음악치료학을 공부하러 캐나다에 갔다가 그 곳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결국 캐나다 생활을 중도에 접은 채 '가나다'도 모른 채 한국으로 건너갔고 한국의 대중 문화에 빠졌다.

그리고 "좋아하게 된 한국의 대중 문화를 일본에 알리기 위해"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한 라디오 DJ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일본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진짜 매력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앞으로 한일관계는 10~20대의 젊은 세대들이 만들어 갈 것이잖아요.

음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서로 좋은 관계를 맺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가진 진짜 매력이 무엇인지도 알리고 싶어요.

나아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양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


(오사카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