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가 한복을 입고 발레를 한다. 고양아람누리와 유니버설발레단이 공동 제작한 '발레 춘향'이 오는 19~20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심청''춘향''발레뮤지컬 심청' 등 창작발레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배정혜 국립무용단 감독이 '춤 춘향'을 기획한 것에서 시작된 '발레 춘향'은 2007년 초연 당시 한국의 전통미와 발레의 우아함이 조화를 이뤄 성공적 퓨전발레로 탈바꿈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단옷날 창포에 머리 감는 장면,사랑의 2인무,어사출두,남성군무 등은 예술적 아름다움과 완성도가 높아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공연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유병헌 예술 감독이 안무를 맡아 '발레적인 드라마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놨다. 2007년 공연 때보다 발레부문을 강화하고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춘향이의 캐릭터를 극 초반부터 드러낸 것.유 감독은 "우리나라 관객들의 발레 감상 수준이 아주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작품에 한국적 정서와 발레 동작의 아름다움을 함께 녹이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의상도 눈에 띈다. 토슈즈(발레 전용 신발)가 보여야 하는 발레 공연의 특성상 전통 한복으로는 극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는 탓에 수차례 디자인을 바꿨다. 패션 디자이너 이정우가 디자인을 맡아 한복의 전통적 선은 살리되 신체라인이 드러날 수 있도록 의상의 '퓨전'을 추구했다. 음악은 '발레 심청'의 작곡가 케빈 바버 픽커드가 작곡해 풍부한 오케스트라 선율 속에 한국 전통 리듬이 녹아나도록 했다.

'춘향'이 세계무대에 자랑할 만한 무용극의 소재로 사랑받는 이유는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드라마틱하게 펼쳐내기 때문.사랑의 감정,신분 차별에서 오는 갈등과 애절함은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하고,익살스런 주변 캐릭터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 이번 '발레 춘향'은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25주년을 기념하고 고양아람누리 봄 페스티벌의 끝을 알리는 폐막작으로 선정돼 더 의미가 깊다. '발레 춘향'은 초연보다 잘 다듬어진 연출과 더 깊어진 작품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02)1577-7766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