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직업선택자유 침해조항 시정조치
이달말 표준약관 도입..연예인 권리보호

공정거래위원회가 속칭 '노예계약서'라고 불리는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전속계약 관행에 철퇴를 가했다.

기획사들은 연예인의 사생활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일방적으로 기획사의 지시에 따르도록 하는 등 불공정한 계약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8일 20개 중소형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 230명의 전속계약서를 조사한 결과, 8개 유형의 91개 불공정 계약조항을 확인해 시정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작년 하반기에도 10개 대형 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1차 실태조사를 해 연예인 204명의 전속계약서에서 10개 유형, 46개 불공정조항을 찾아내 시정조치했었다.

이번 2차 실태조사에서 과도한 사생활 침해, 직업선택의 자유제한, 연예활동 일방적 통제, 기획사 홍보활동 강제 및 무상 출연, 사전 동의 없이 전속계약 양도 등이 대표적인 불공정 조항으로 꼽혔다.

세부내용을 보면 기획사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조정권을 보유하고 연예인은 자신의 위치를 항시 통보하는 한편 출국할 때는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연예인은 기획사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연예활동에 임하고 모든 계약의 통제 조정권도 기획사가 보유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연예기획사 홍보를 위한 광고 및 홍보물에 무상 출연할 의무가 있고 기획사 혹은 계열사가 주관하는 행사에도 횟수에 상관없이 무상 출연해야 한다는 조항도 적발됐다.

또 연예인은 기획사의 허락 없이 연예활동을 중지하거나 은퇴할 수 없고 소속 기획사와 계약을 해지하면 같은 업종이나 유사한 연예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심지어 기획사는 연예인의 사전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양도할 수도 있다.

공정위는 실태조사 대상인 230개 전속계약서에서 모두 1개 이상의 불공정계약 조항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업체는 아이제이엔터테인먼트, 화평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디와이엔터테인먼트, 바른손엔터테인먼트, 휴메인엔터테인먼트, 이야기엔터테인먼트, 심엔터테인먼트, 케이앤엔터테인먼트, 지티비엔터테인먼트, 열음엔터테인먼트, 팬엔터테인먼트, 디에스피미디어, 원오원엔터테인먼트, 스타케이, 멘토엔터테인먼트,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오라클엔터테인먼트, 아바엔터테인먼트에이전시 등이다.

이들 중 13개사는 불공정조항에 대해 자진시정키로 했고 6개사는 공정위가 이달 말까지 제정할 예정인 연예인 전속계약 표준약관을 도입하기로 했다.

서면계약서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아바엔터테인먼트에이전시도 표준약관이 보급되면 도입 여부를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공정위에 통보했다.

탤런트 장자연씨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연예인 노예계약서에 대한 비판이 일자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지난 4월17일 표준약관을 심사 청구했다.

공정위는 이달 말까지 표준약관을 제정, 보급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성구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기존 전속계약 중 분쟁의 소지가 있는 조항을 손질하고 기획사가 원하면 연예인이 무조건 응해야 한다거나 사소한 규정 위반이라도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는 불공정한 조항들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