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ㆍ'브로드웨이 42번가' 출연
옥주현 "이제야 뮤지컬 요리 순서 터득"
"요리에도 순서가 있는데 처음 뮤지컬을 할 때는 그냥 열심히만 했어요. 이제 요리 순서를 터득해 가는 것 같아요".

옥주현이 연이어 대작 뮤지컬의 주연을 맡으며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성남아트센터에서 최근 개막한 '시카고'에 이어 내달 '브로드웨이 42번가'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이미 그는 '시카고'로는 지난해 더 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시카고'의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측은 성공적인 한국 공연에 고무돼, 최근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장에 태극기가 새겨진 옥주현의 사진을 걸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카고' 무대가 차려진 성남아트센터에서 최근 만난 옥주현의 목표는 훨씬 더 높아 보였다.

그는 "그동안의 노력이 쌓여 수면 위로 올라온 것 같아 기쁘다"면서 "조금씩 인정받아가는 만큼 자만하거나 안심하지 않고 더 많은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브로드웨이에 사진이 걸린 것은 집안의 영광"이라며 "직접 가서 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시카고'는 특히 애정이 가고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여성그룹 핑클의 멤버로 큰 인기를 누린 그는 2005년 '아이다'로 뮤지컬에 데뷔했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연습벌레'라는 별명이 생길 만큼 많은 땀을 흘렸다.

"대충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옥주현이라는 이름 때문에 티켓이 잘 팔리는 게 아니라 정말 잘한다는 말을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가수 때와도 많이 달라요. 이 정도로 공부했으면 하버드대도 갈 수 있었을걸요(웃음)".

그는 "'아이다' 때는 오로지 열정만 가지고 요령 없이 했는데 이제 요리 순서를 터득해 가는 것 같다"며 "이만큼 성장한 지금 다시 하면 잘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다'를 빨리 다시 하고 싶다"고 열의를 보였다.

'시카고'는 미국의 유명 안무가 밥 파시의 대표작으로,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재즈 선율과 관능적인 안무에 살인이라는 테마를 결합해 미국 사회의 치부를 풍자한 뮤지컬이다.

2007년부터 3년 연속 코러스 걸 '록시 하트' 역으로 출연해온 옥주현은 "지금은 브로드웨이 공연보다 한국 공연이 '시카고'를 더 뜨겁게 느낄 수 있다"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세번째라 마음의 여유는 있지만 더 농익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고 빈틈이 보이면 안 되잖아요. 다행히 처음보다 무르익었고 호흡도 잘 맞아요. 슈트를 입었는데도 비키니보다 더 섹시해보이는 느낌이 밥 파시의 춤이죠. 그런 면을 잘 익은 술처럼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벨마 역을 맡은 인순이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대선배님과 같이 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벨마는 록시가 꿈에 그리는 스타인 만큼 극중 상황이 실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나중에 록시가 벨마와 부딪히게 되는데 처음에는 소리치고 반말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죠. 선생님도 당황하셨고요. 지금은 극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서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무대에서는 선배 인순이를 버렸고 선생님도 제게 그렇게 대하시고요".

다음달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대공황기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배경으로 무명의 코러스걸이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옥주현은 여주인공 페기 소여 역을 맡아 화려한 탭댄스를 선보이기 위해 이미 2월부터 일찌감치 연습을 해왔다.

격렬한 탭댄스 연습에 '캣츠'에 출연하던 지난해보다 몸무게가 6㎏가량 빠졌다.

"탭댄스는 몸의 위쪽은 춤이고 아래는 기술이라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힘들긴 하지만 한번 배우면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자기 기술이기 때문에 빼먹지 않고 연습해요. 정말 걱정 많이 했는데 이제 풀백 같은 동작도 돼서 기뻐요".

옥주현은 "서로 성격이 다르지만 두 뮤지컬 모두 클래식하면서도 지금 시대를 반영하고 있고 어려운 가운데에서 에너지를 충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며 "'시카고'에 이어 '42번가'에서는 새로운 면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