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47)가 인도 출신 명지휘자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과의 협연 무대로 국내 관객을 찾는다. 그동안 비욘세,빌리 조엘,플라시도 도밍고 등의 초청 공연을 선보였던 현대카드가 9월2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주최하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Ⅴ-빈 필하모닉 & 조수미'를 통해서다. 조수미와 주빈 메타,160여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이 한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수미는 4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 내 컨벤션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빈 필과 공연하는 것은 예술가로서도 큰 영광"이라며 "오랜 친구 주빈 메타와 고향 서울에서 공연하게 돼 옛 생각도 많이 나고 무척 설렌다"고 말했다.

"실은 9월29일 공연은 일정상 하기 힘든 무대예요. 9월26일 프랑스 파리 공연,10월3일 뉴욕 공연이 이미 잡혀 있어 한국 공연까지 하면 일주일 사이 지구를 한바퀴 도는 셈이거든요. 육체적으로 피곤할 것 같아 제안을 받고 잠시 망설였지만 주빈과 같이 한국 관객 앞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더라고요. "

주빈 메타는 그동안 조수미와 이스라엘,이탈리아 등지에서 함께 무대에 서며 돈독한 인연을 쌓았다.

그는 "주빈은 자신의 조국 인도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을 가든 고춧가루를 가지고 다니며 주위 사람 음식에 뿌려줘요. 마에스트로가 주는 것이라 안 먹을 수도 없고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해 힘들었다" 며 웃었다.

빈 필은 언제나 조수미에게 지휘자 카라얀을 생각나게 한다. 자신을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극찬한 카라얀과 호흡을 맞춰 1989년 빈 필하모닉 공연에서 노래하기로 돼 있었지만,카라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 공연이 무산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

"빈 필은 카라얀과 연관돼 있어 저에게 더욱 의미가 큰 오케스트라입니다. 연주할 때 오스트리아 특유의 낭만과 깨끗함이 묻어나와 좋아하기도 하고요. " 그러면서도 이번 공연에 대한 부담감도 엿보였다. 빈 필하모닉은 다른 유명 오케스트라보다 높은 음으로 기본음(피치)을 맞추기 때문에 그와 같이 높은 성역을 부르는 성악가는 힘이 부친다고.그는 "무대 체질인 저도 다리를 떨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번 공연에서 조수미가 부를 곡은 주빈 메타가 선정했다.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꿈 속에 살고 싶어라',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박쥐' 중 '웃음의 아리아' 등은 빠른 템포의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다.

그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곡을 부르려고 했지만 주빈은 빈 특유의 노래,프랑스 풍의 왈츠 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인 제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곡을 하자고 했다"며 "앙코르로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아베마리아''월드컵송'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조수미와의 협연 외에도 이번 내한공연에서 빈 필하모닉은 브람스 교향곡 제4번,하이든 교향곡 제104번 등을 들려준다. 한편 지금까지 빈 필하모닉 등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의 티켓 가격이 최고 45만원을 넘어 '귀족음악회'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 공연은 현대카드사의 후원으로 VIP석이 35만원으로 낮춰졌고 현대카드로 티켓을 결제할 경우에는 2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1577-5266,1544-1555,(02)2167-6419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