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댄스공연 '불쌍'은 딱하고 안타깝다는 의미의 '불쌍'이 아니다. 불교문화의 상징인 불상을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 것.LG아트센터와 안애순무용단이 공동 제작해 오는 25,26일 이틀간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리는 '불쌍'은 유럽과 일본의 젊은 층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라운지 음악에 현대 무용을 접목시킨 색다른 작품.불상을 소재로 했다고 무거운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신성하고 무거운 불상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코믹하고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감싸는 공연이다.

'불쌍'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무대 위에 놓인 다양한 부처 이미지들이 점차 원형을 알 수 없게 변해가고,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섞이고 변하는 과정을 차례로 보여준다.

좀 더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안애순무용단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현대 한국 문화에 대한 감성적 고찰'의 연장선 상.이를 위해 인도의 카탁,한국의 진도 북춤과 입춤,중국의 전통무예 달마 18수,몽골과 일본의 민속무용이 골고루 재료가 됐다.

안애순무용단의 신작 '불쌍'은 파리의 부다 바(Buddha Bar)에서 영감을 얻었다.

1996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선보인 '부다 바'는 거대한 불상으로 상징되는 고급 레스토랑이자 동시에 라운지 음반의 레이블.신비로운 오리엔털 분위기의 음악과 실내장식으로 큰 인기를 얻은 부다바는 파리뿐 아니라 런던,뉴욕,체코,두바이,상파울루 등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부다바는 서양인에 의해,서양인의 관점에서 그들이 원하는 일종의 '동양적인'문화를 창출한 것이지만 동서양의 문화가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에도 문을 열 만큼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문화현상 중 하나다. (02)2005-0114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