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전 연령 조정 문제는 이번 총회에서 다루지 않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달 31일부터 바하마의 나소에서 집행위원회 회의와 대륙연맹 회장들의 회동을 거쳐 와일드카드 폐지및 올림픽 출전 선수 연령 하향 조정과 관련한 개정안을 이번 총회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대한축구협회가 2일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총회를 통해 올림픽 출전연령을 21세 이하로 낮추려던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시도는 사실상 무산됐다.

블래터 회장은 올림픽 기간과 유럽축구 시즌이 맞물려 선수 차출이 어렵다며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출전 연령을 종전 23세에서 21세로 낮추는 방안을 지난 3월 FIFA 집행위원에서 안건으로 다뤘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구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해당 구단이 FIFA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는 등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FIFA 올림픽위원장을 겸임하는 정몽준 FIFA 부회장은 "올림픽 출전연령을 낮추는 것은 대륙연맹들의 의견을 무시한 독단적인 결정이다.

최악의 경우 축구가 올림픽에서 철수하더라도 경기 수준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정몽준 부회장은 출전연령 23세 이하 고수의 필요성을 담은 편지를 208개 회원국에 보냈고 결국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을 비롯한 비유럽 국가 회장들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출전연령 제한이 올림픽 정신은 물론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블래터 회장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래터 회장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중미, 오세아니아 등 각 대륙연맹의 반대가 거세지자 출전선수 연령 개정안의 총회 상정 계획을 취소했다.

총회에 안건을 올리더라도 지금 분위기에서는 통과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일단 예봉을 피해가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블래터 회장은 다음 총회 때 이 문제를 다시 다룬다는 복안이지만 반대 의견이 많아 올림픽 출전 연령을 21세 이하로 낮추고 와일드카드를 폐지하는 문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결정은 정몽준 부회장의 FIFA 내 입지 확대와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에 `플러스 효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몽준 부회장은 지난 8일 AFC 총회 FIFA 집행위원 선거 과정에서 셰이크 살만 바레인축구협회장을 지원했다가 블래터 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은 함맘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는 바람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번에 비유럽권의 결집에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FIFA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정 부회장이 입지가 넓어지면서 2022년 월드컵 유치에도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잉글랜드와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미국, 멕시코, 러시아, 공동 개최를 원하는 포르투갈-스페인, 네덜란드-벨기에가 2018년 대회와 2022년 대회 유치를 동시에 신청했고 한국과 함맘 회장의 모국인 카타르는 2022년 대회에만 유치 신청서를 냈다.

FIFA가 내년 12월에 24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2018년 대회와 2022년 대회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하는데 한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중미, 남미 지역과 연대의 발판을 마련함에 따라 유치 활동에 가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각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출전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 한도를 5명으로 제한하는 `6+5'안의 시행을 놓고 블래터 회장이 유럽축구연맹(UEFA)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이번 총회에서 구체적인 시행 일정을 확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