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욕심을 부리면 골프볼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갑니다. 잘 되는 날도 있고 실수가 유난히 많은 날도 있지요. 그렇게 방황하면서 결국 마지막홀의 홀컵에 볼을 넣는 순간 모든 상황이 종료되지요. 인생도 꽤나 닮았어요. "

'골프와 한국화.'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분야를 시험적으로 접목시킨 '퓨전 한국화가' 김영화씨(44)의 골프론이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갤러리FA'에서 작품전(6월16일까지)을 갖고 있는 김씨는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 같다"며 "특히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골프장은 예술적 감성을 깨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벙커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골퍼,필드를 감싸는 청명한 햇살과 바람,도전적으로 라운딩하는 골퍼들의 모습 등을 화폭에 담았다. 가끔 골프장에 등장하는 여인은 '골프가 아름다운 전쟁'이란 것을 암시한다. 골프회화를 개척한 작가만의 해학과 풍자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골프장의 그린과 벙커,페어웨이는 여체의 부드러운 곡선을 닮았다고 생각해요. 마치 무위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보는 듯도 하고요. 골프는 건강과 즐거움을 줄뿐만아니라 사람과 사람,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을 느꼈습니다. "

왜 하필 골프 풍경을 그렸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골프에는 자질구레한 감정 대신 오직 덩어리로 느낄 수 있는 야생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가 골프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02년.집안 대대로 다리가 약한 데다 캔버스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 시간이 많은 여성 화가들에게 가장 우려되는 골다공증 예방 차원에서 골프를 시작해 보라는 친언니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골프를 배운 지 3개월 만에 경기도 가평의 썬힐CC에서 이른바 '머리'를 얹었다. 현재 핸디캡은 10.골프를 즐기게 된 김씨는 라운드가 있는 날이면 동반자들보다 일찍 골프장에 도착해 주변 풍경을 스케치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그동안 골프를 치면서 주변 풍경을 스케치한 골프장만도 몽베르CC를 비롯해 서원밸리,캐슬파인,대구 인터불고CC 등 50~60곳.2002년에는 '나눔의 기쁨과 예술의 사회 환원'을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자신이 그린 골프회화 1000여점을 미술 애호가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화(花)에 물들다'.동양적인 생명사상과 서양적인 색채를 사용해 내적인 힘과 감성을 화면 안에 거침없이 쏟아부은 골프회화,도자기 작업 등 40여점이 걸린다. 문의 (02) 6414-926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