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사거리에서 신림사거리 방향으로 남부순환도로를 따라 가다 왼편의 청룡동(옛 봉천4동) 이면도로에 들어서면 풍경이 확 달라진다. '東海火鍋城(동해화과성)''延吉串城(연길관성)''中國超市(중국초시)''中國食品商店(중국식품상점)' 등 한자로 된 간판을 단 집들이 즐비하다. '화과성'은 중국식 샤브샤브집,'관성'은 양고기 꼬치구이집,'초시'는 슈퍼마켓.마치 화교타운같은 분위기다.

이런 중국풍 '먹자골목'에 있는 천태종 사찰 명락사가 '다문화 중심사찰'을 표방하고 나섰다. 이 동네를 비롯해 관악구 전체가 영등포구 · 구로구 · 금천구에 이어 서울에서 네 번째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프랑스 여성이 찾아왔는데 자기 아들이 한국 아가씨와 결혼을 하게 돼서 한국 문화를 배우러 왔다는 거예요. 아,이게 선진국의 문화구나 싶었습니다. 2006년 현재 국제결혼의 비율이 12%나 될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다문화 가정을 우리가 경제적으로 지원만하는 데서 머무르지 말고 서로가 다문화를 배우고 돕는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해요. "

명락사 주지 무원 스님(50 · 천태종 총무부장)의 말이다. 명락사는 지난 1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다문화 가정을 위한 음악예술축제를 열었고,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개당 5000원짜리 연등 1만개를 다는 만등불사도 최근 시작했다.

"대한민국엔 5개 계층이 있어요. 남녀노소,그리고 다문화 가정인데 상호 이해와 포용,화합이 꼭 필요합니다. 사실 다문화 가정 사람들은 한국 절에 와도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매달 한 번씩 스리랑카,미얀마 등 각국의 스님을 초청해 법회를 열 예정인데 그게 바로 부처님 품에서 하나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실현 아니겠습니까. "

무원 스님은 특히 "한국인과 결혼했다가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이혼당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이들을 위한 모자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락사 청년회관에 원룸 20개와 조리실 등을 갖춘 다문화 모자원을 곧 개원할 예정.명락사 1층 연화당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사회 적응과 교육을 위한 아동지원센터도 곧 문을 연다. 모자원 · 지역아동센터 · 한글학교 등을 포괄한 시설이 곧 문을 열 다문화센터다. 한글학교는 이미 문을 열었고,재중 동포(조선족)와 새터민(탈북자)들로 구성된 새터민예술단에 연습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매달 25일을 '다문화 가족의 날'로 정해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다양한 문화를 피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자기 제작,자수,단청 그리기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불교 사찰로선 드물게 다문화 사찰 비전 선포식도 가진 무원 스님은 "명락사 일대를 '다문화의 거리'로 조성해 남북통일에 앞서 다문화를 통해 세계가 하나되는 교두보 사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02)889-7272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