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그림이 각종 상품과 접목되면서 '작품-상품의 아름다운 동행'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일본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이 루이비통 가방에 사용된 데 이어 국내 유명 화가들도 와인 라벨과 의류 가방 스카프 메모지 명함첩 등 다양한 아트상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견 인기작가 이숙자 정미조 김점선 장혜용씨(스카프)를 비롯해 이종상 김춘옥 정현숙 김옥희 이영씨(나전칠기 명함첩과 열쇠고리),이수동 배병우 전명자 사석원씨(와인 라벨),이종구 랜시랭 육심원씨(의류및 가방),남정예씨(메모지),하상림씨(냉장고) 등이 대표적이다.

작가들이 미술과 상품의 연계를 통해 로열티 수입과 작품 홍보,프로모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는 확산될 전망이다. 사진 작가 배병우 전명자 오수환 사석원 하종현 고영훈 박영남 전병현씨 등 인기 작가들은 와인 애호가들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해외 명품와인 라벨에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추상 화가 오수환씨는 2002년 프랑스 명품 와인 '보르도'의 라벨에 자신의 추상화 그림을 입혀 눈길을 끌었다. 당시 세계 5대 사립미술재단의 하나인 메그파운데이션이 오씨의 초대전을 열어주고 메그 재단이 생산한 와인 라벨에 그의 작품을 사용한 것이다.

배병우씨는 2006년 스페인 티센뮤지엄 전시 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고급 와인 '머큐리'에 자신의 작품 '소나무'를 인쇄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또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비스바덴의 빈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하종현씨의 작품은 화랑 주인이 경영하는 와이너리의 유명 와인 '피노누아'에 실렸다.

고영훈씨의 작품 '스톤 휴즈'는 2003년산 프랑스 와인 '샤토 그레이삭',박영남씨의 그림은 '폰테루틀리',사석원씨 그림은 '일 바치알레'에 각각 사용됐다.

그동안 '아트 스카프'를 선보여 온 원로 화가 이종상씨는 최근 자신의 '독도'시리즈를 나전칠기 명함첩,고급 열쇠고리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씨는 오는 8월 상품이 나오는 대로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대규모 아트상품전을 가질 예정이다. 또 아를 독일 베를린아트페어(9월),프랑스 스트라스브르그 아트페어(11월)에 출품해 유럽 컬렉터들의 반응을 타진할 계획이다.

홍승표 한유민 찰스장 강혜숙 오지연씨 등 20~30대 작가 16명은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판매되는 T셔츠,머그잔,가방,노트북,스킨 등 생활용품에 작품을 활용할 예정이다. 아트기획사 스타아트의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들은 G마켓 홈페이지에서 사이버 전시도 열어 기존 작가들의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이들의 작품 이미지를 적용한 상품은 오는 10월까지 출시될 예정이다.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기업의 광고 이미지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황주리씨의 작품 '식물학'은 LG그룹 광고 이미지에 실리면서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졌고,이수동씨의 작품은 올초부터 애경그룹의 이미지 광고에 등장했다.

이 밖에 한국 화가 20여명의 작품과 이미지를 담은 스카프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황소 작가' 이종구씨는 최근 쌈지와 손잡고 의류 '이종구 라인'을 출시했다.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대표는 "화가들이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작품과 상품의 만남을 통해 미술 애호가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홍보 효과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갑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