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영세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불교계 인사들이 대거 찾아 `각별한 애도'를 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남 양산시에 있는 통도사 주지 정우스님은 25일 오전 9시40분께 본사와 말사의 스님 250여명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들 스님은 분향소에서 차례로 헌화하고 마을회관 옆 공터로 옮겨 '금강경'을 독송하며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앞서 정우스님은 이날 새벽에 진행된 노 전 대통령의 입관식에서 직접 염불을 하며 노 전 대통령의 넋을 달랬고 권양숙 여사 등 유가족을 위로했다.

지난 24일 오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집행부 스님들과 통도사 정우스님, 동화사 주지 허운스님 등 유명사찰의 주지스님 30여명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분향했다.

지관스님은 노 전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권양숙 여사에게 "건강을 챙기고 기도하면서 힘을 내 살아가시라"고 위로하면서 염주 하나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천 합천 해인사의 주지 선각 스님 등 300여명도 24일 오전 9시25분께 봉하마을을 찾아 분향하고 노 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비는 독경을 했다.

해인사 스님들은 당초 노 전 대통령의 발인 때까지 독경을 계속하기로 했으나 장소가 좁은데다 워낙 많은 조문객들이 몰리면서 이날 오후 3시30분께 이 계획을 포기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이처럼 불교계가 노 전 대통령에게 각별한 애도를 표하고 있는 것은 권 여사가 2003년에 조계종 종정인 법전(法傳) 스님으로부터 `대덕화'(大德花) 라는 법명을 받았을 정도로 불교에 조예가 깊고 노 전 대통령도 불교에 관심이 많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86년 그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의 권유로 부산 당감성담에서 영세(세례명 유스토)를 받았지만 이후 성당에는 잘 나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이어오며 노 전 대통령의 귀향환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선진규 봉화산 정토원 원장이 장례준비에 참여하면서 그와 폭넓게 교류했던 불교계 인사들이 봉하마을을 대거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많다.

(김해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