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춤했던 국내 흥행세에 탄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쥐'는 개봉 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면서 개봉 3주 전 인터넷 예매를 시작했고, 칸영화제 경쟁부분 진출 소식으로 기대를 높여 지난달 30일 개봉 첫날에만 18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 개봉 첫 주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선 뒤 개봉 18일 만에 총 관객수 200만(배급사 집계)을 돌파하는 등 의미있는 흥행세를 보였다.

2006년 '밀양'의 경우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의 후광을 톡톡히 본 사례.
영화가 개봉한 지 5일 만에 전도연이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예매사이트에서는 10%대였던 예매율이 30%대까지 치솟았다.

덕분에 영화가 종교와 용서의 의미를 묻는 쉽지 않은 내용임에도 170여만명(영진위 집계)의 관객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탰다.

'박쥐' 역시 이번 수상으로 관객을 다시 영화관으로 끌어들여 초반의 관심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개봉이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인데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원죄와 구원이라는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초반의 폭발적인 관심은 주춤한 상황.
실제 박스오피스 순위에서도 첫 주 1위에 이어 매주 2단계씩 내려가 4주차인 현재 7위를 기록하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박쥐'의 홍보사인 올댓시네마 관계자는 "박스오피스 순위는 떨어졌지만 관객 수는 하루 1만5천-2만 정도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주 '마더'가 개봉해 스크린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상 소식에 스크린 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박쥐'는 24일까지 247개 상영관에서 215만8천명(배급사 집계)이 관람했으며, 200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 감독의 '올드보이'의 경우 당시 총 관객 326만9천명(영진위 집계)을 기록했다.

'박쥐'와 함께 칸 영화제에 진출한 영화들의 흥행 조짐도 관심거리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마더'의 경우 수상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국내외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며 28일 개봉을 앞둔 현재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예매율에서 35.43%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감독주간'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36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2만3천여명(통합전산망 집계)의 관객을 모아 개봉 2주 만에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