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겸재 정선,단원 김홍도,오원 장승업,소치 허련,청전 이상범,소정 변관식 등 조선 · 근대 인기 화가 102명의 서화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관훈동에 있는 우림화랑은 조선시대 및 구한말 서화 중 엄선한 한국화 · 서예 작품 150여점을 다음 달 3일까지 전시한다.

'묵향천고(墨香千古)-신록의 향연'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진경산수'의 거장 겸재,단원,현재 심사정,원교 이광사,자사 신위,조숙,이인상,조석진,강세황 등의 산수화 대표작 70여점이 걸렸다.

또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비롯해 고종이 마음으로 썼다는 '청약정' 현판,명성황후의 '오언죽시',흥선대원군 '행서대련' 등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명품 글씨 55점도 출품됐다.

조선시대 화단을 재조명하면서 근대 한국화 작품을 연결해 보여줌으로써 우리 미술의 우수한 정신성을 되새기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려는 전시다.

조선 전기 중국풍의 산수화뿐만 아니라 주자학이 조선성리학으로 발전한 조선 후기의 진경산수화와 풍속화까지 고유색 짙은 조선풍의 그림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되는 작품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조선 최고의 풍속화가 김홍도의 '강상한취도'(江上閑趣圖 · 23?C39㎝).

'문사철(문학 · 역사 · 철학)'을 겸비한 추사의 글씨는 거실에 걸린 액자라는 뜻을 담은 '농장인실현액(農丈人室懸額)'을 비롯 '칠언절구''한예작구' 등 모두 6점이 출품된다. 이 중 '칠언절구' 두 편의 시는 영혼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호소력 있는 필력과 온 힘을 다한 열정적 필선으로 추사체의 예술적인 미감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김홍도가 그린 산수화 중 수작으로 꼽히는 '강상한취도'도 모습을 드러냈다. '강을 바라보며 한가로움을 취하다'라는 뜻의 제목처럼 선비의 정감을 공감각적으로 사생한 작품.긴 세월을 이겨낸 고송과 바위 위의 새 모습을 간결하게 처리해 풍속화와는 다른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특히 화면의 대부분을 강물로 비워 둔 대담한 구도가 대가의 솜씨답다.

처음 공개되는 조선시대 계모임 그림 '임계회도' 역시 눈길을 끈다. 광해군 5년에 그려진 이 계회도에는 임자년(1560년)과 계축년(1561년) 안동에서 태어난 선비 11명의 계회 장면과 계원들의 자작시,직책,성명,호,생년월일이 상세하게 기록돼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장승업의 '화조도',신위의 '묵죽도',표암 강세황의 '산수도',김양기의 '신선도',최석환의 '포도팔폭연결도',해강 김규진의 '설죽도' 등도 만날 수 있다.

임명석 우림화랑 대표는 "이번 전시는 KBS의 '진품명품' 프로그램 감정위원인 김영복씨와 김규선 선문대 교수가 작품의 진위 여부를 철저히 가렸다"며 "조선시대 명품들의 전모를 보여주고 회화사의 흐름을 짚어보는 값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무료.(02)733-378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