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각광받는 시대다. 서울시는 종묘에서 남산,용산,한강을 숲으로 연결하는 녹지축을 추진 중이고,산림청은 지난 20일 국유림에 조성한 수목장림을 선보였다. 오대산 월정사에선 숲속으로 난 옛길을 따라 걷는 '천년의 숲길 걷기대회'가 23일 열린다.

하지만 자신에게 물어보자.숲에 대해,나무와 풀에 대해,숲에 사는 뭇 생명들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사랑하면 알게 되고,알면 보이나니…."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인용되면서 유명해진 이 말은 숲과 생명에도 해당된다. 다행히 '숲맹(盲)'들을 위한 안내서가 여럿 나왔다.

《숲속 걷기여행》은 주말마다 찾아가 볼만한 전국의 숲 52곳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산림학자인 저자는 단순히 어느 숲에 가보니 좋더라는 식의 감상기를 넘어 숲에서 마주치는 나무나 꽃,생태계 등을 소상히 일러준다.

서울 한복판의 종묘 숲에는 갈참나무가 많고,창덕궁 후원에선 천연기념물인 회화나무와 향나무를 만날 수 있다. 여주의 영릉과 화성의 융릉 · 건릉은 참나무숲이 일품이고,단종의 유배지였던 영월의 청령포에는 높이가 30m나 되는 관음송과 소나무 숲이 우뚝하다. 울진 월송정과 경주 남산의 솔숲,새와 바람을 안고 사는 해남 녹우단의 비자나무숲,영광 법성포 숲쟁이,희귀한 푸조나무가 가득한 담양 관방제림 등 숲마다 볼거리가 넘친다. 산책 소요시간,교통편,주변의 여행정보까지 실려 있어 여행 길잡이로도 훌륭하다.

《정원 소요》는 조경학을 전공한 저자가 1만5000여종의 다양한 수종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을 6년 동안 101차례나 찾아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각기 다른 표정 및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미국인 칼 밀러가 평생을 바쳐 가꿔놓은 이 수목원에서 서양의 실용과 한국의 소박함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한다.

그는 이 정원에서 봄이면 순번을 기다려 개인기를 한껏 뽐내는 다양한 꽃의 향연을 만끽하고,여름에는 초록의 농담과 나뭇잎들,고유의 무늬와 결을 감상한다. 또 가을에는 오래 된 나무에서 역사와 우리의 삶을 반추하고,겨울정원에서는 나무식구들만의 휴식과 평화로운 수다에 귀를 기울인다. 저자는 온갖 꽃과 나무 이름 및 특징,계절별 특징과 월별 산책로까지 안내한다.

《숲에 빠져 미국을 누비다》는 《신갈나무 투쟁기》 《숲의 생활사》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저자가 미국의 거대한 숲들을 답사한 기록이다. 숲 생태 전문가인 저자는 거목들의 천국 레드우드,최후의 개척지 그랜드캐니언,인디언의 땅 요세미티국립공원,해양 생태의 중심지인 캘리포니아 중부 아뇨누에보 주립공원 등 미국 특유의 광활하고 웅장한 숲과 자연에서 인간이 그들과 공존하는 지혜를 배운다.

산림학자 부부로서 오랫동안 숲 생태를 연구 · 강의해온 차윤정 · 전승훈 박사가 쓴 《숲 생태학 강의》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숲이야말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육지 생태계의 원생지이며 많은 생물종들이 살아가고 있는 기반"이라며 나무는 어떻게 숲이 되고,숲은 어떻게 변화 · 발전하는지,나무가 모인 숲은 얼마나 위대한지를 설명한다. 생태계의 구성요소와 생태 파리미드,숲의 구조와 산림 생태계의 다양한 천이,생태계 생물들의 관계와 생물 다양성 등 전문적 용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대중적 글쓰기에 능한 저자들의 친절함으로 능히 극복할 수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