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스티븐 킹은 30여년 동안 《캐리》 《미저리》 《쇼생크 탈출》 등 500여편을 발표한 다작(多作) 작가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펴내 반년 만에 《그린 마일》 6권을 완간할 만큼 속필인 그에게도 33년 동안이나 붙들고 끙끙대야 했던 작품이 있었다. 바로 《다크 타워》 시리즈다.

《다크 타워》는 '총잡이'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로 어둠의 탑을 찾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롤랜드의 모험을 다룬 판타지 소설.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홀딱 반한 열아홉 살 킹은 '나만의 《반지의 제왕》을 쓰겠노라'고 다짐했다. 대학 시절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롤랜드 공자 암흑의 탑에 이르다>를 접하고 주인공 이름과 이야기 흐름을 따왔으며,서부영화 '석양의 무법자'를 보고 소설의 무대를 서부로 삼기로 했다. 세 작품이 결합해 킹에게 영감을 준 셈이다.

대학을 졸업한 킹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사막을 가로질러 달아나자 총잡이가 뒤를 쫓았다'는 첫 문장으로 시리즈 집필을 시작하지만,생활고로 창작에 집중하기 어려워 원고를 오랫동안 차고 속에 방치하기도 했다. 그 후 소설가로 성공한 킹은 여러 작품을 발표하면서도 틈틈이 이 시리즈를 써 12년 만에 1권을 발표했다. 그는 이 소설이 크게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초판 1쇄 1만부만 찍었지만,곧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뒤따라왔다.

킹은 "이 시리즈를 집필하는 것은 땅 속에 묻힌 거대한 도시를 발굴하는 것과 같다. 살아생전에 그것을 전부 발굴하지 못할 것만 같아 두렵다"며 집필 속도를 늦췄다. 그동안 다른 작품은 꾸준히 발표했다.

그가 집필을 멈춘 동안 암투병 중인 할머니는 "부디 결말을 미리 알려줄 수 없겠냐"고 묻고,교도소에서 사형 날짜를 기다리는 사내가 결말을 알려달라며 "비밀을 무덤까지 갖고 갈 작정"이라고 애원하는 등 전국에서 열혈 독자들이 생겼다. 이 작품은 우여곡절을 거쳐 2003년 7부작으로 완간됐다.

이번에 국내에는 시리즈 중 1부와 2부가 먼저 출간됐다. 소설의 1부 배경은 미국 서부와 흡사하되 인류의 변종인 느림보 돌연변이들이 어슬렁대는 핵전쟁 이후의 미래지만 2부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킹의 다른 작품과 관련된 인물,장소,사건 등이 등장해 더욱 관심을 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