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 신곡 '사랑하고 싶어요' 함께 불러
현숙 "옥분ㆍ혜영ㆍ가열은 어머니의 선물"
15일 오후 서울 도산공원에 통기타 반주에 맞춘 낭랑한 합창이 녹음(綠陰) 사이로 울려퍼졌다.

청바지에 흰색 상의를 맞춰 입은 가수 현숙, 남궁옥분, 추가열과 방송인 김혜영이 벤치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마치 옛 대학가요제 팀이 다시 뭉친 듯한 모습이었다.

'사랑하고 싶어요. 좋아하고 싶어요. 가슴이 터지도록 사랑하고 싶어요~.'

2007년 현숙 어머니의 임종을 지켰을 만큼 '죽고 못 사는 사이'라는 이들이 신곡 6곡을 담은 현숙의 새 음반 타이틀곡 '사랑하고 싶어요'를 함께 노래했다.

추가열이 작곡하고 현숙이 가사를 쓴 이 노래는 그간 성인가요를 불러온 현숙의 히트곡과는 사뭇 다른 로맨틱한 컨트리 풍이다.

현숙과 27년 지기 친구인 남궁옥분은 최근 발목 수술을 해 몸이 불편했지만, 16년 지기 동생인 김혜영은 캐나다에서 온 딸과 약속이 있었지만 현숙의 부름에 도산공원에 집합했다.

서울과 지방 등 6개 일정을 마치고 뒤늦게 등장한 현숙의 입담과 화통한 웃음에 분위기는 금세 생기를 찾았다.

이들은 "현숙은 만인의 엔도르핀"이라며 "현숙이에 추가열은 추가됐고, 김혜영은 덤이고 남궁옥분은 별책 부록"이라고 '까르르' 웃음부터 터뜨렸다.

질문은 필요 없었고 이들은 하고 싶은 말을 릴레이로 이어갔다.

결국에는 현숙이 얼마나 '따뜻한 처자'인지로 이야기가 모아졌다.
현숙 "옥분ㆍ혜영ㆍ가열은 어머니의 선물"
◇현숙은 트로트와 아이돌 잇는 다리

추가열(이하 추): 어린 시절 단발머리에 카랑카랑하게 노래하던 현숙 누이의 팬이었어요. 누이가 곡을 부탁해 라디오 방송이 끝난 후 들려줬더니 무척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요.

김혜영(이하 김): 제 집이 여의도인데 몰려와 둘이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너도 끼라'는 거예요. 아무래도 집을 빌려준 대가로 목소리를 넣어준 것 같아요.

남궁옥분(이하 남궁): 현숙이가 노래 욕심이 나면서도 제게 어울릴 것 같다고 저보고 부르라는 거예요. 가수는 좋은 노래를 절대 양보 안 하거든요. 얼마 전 함께 삼척에 갔는데 그간 현장에서 제 노래 '꿈을 먹는 젊은이'를 당할 노래가 없었는데 '사랑하고 싶어요' 이후 제가 엔딩 무대에 오르자 분위기가 확 죽더라고요.

현숙(이하 현): 이 노래는 음악성이 높은 옥분이에게 더 잘 어울린 게 사실이에요. 옥분이에게 녹음 이틀 전 피처링 부탁을 했는데 녹음실에 목이 잠긴 채 목발을 짚고 나타났어요. 저도 1~2월 인후염으로 아파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데 혜영이만 화장에 속눈썹까지 붙이고 온 거예요. 얼마나 웃기던지….

김: 현숙 언니는 얼굴에 점 빼서 화장도 안하고 슬리퍼 신고있지, 옥분 언니는 목발 짚고 있지. 어디 제가 녹음을 해봤어야죠.

현: 그래도 역시 가수는 가수예요. 급하게 달려온 옥분이는 멜로디 한번 듣고 정말 따뜻한 음색으로 노래 맛을 살려줬어요. 혜영이 목소리도 싱그러웠고요.

추: 현숙 누이는 꺾는 창법 대신 기교없이 정직한 목소리로 노래했어요. '월화수목금토일' 등 신나는 대중적인 가요를 불러온 누이는 트로트와 아이돌로 양분된 가요계의 간극을 메워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죠.

현: 슈퍼주니어의 신동이 과거 '요즘 여자, 요즘 남자' 때 제 무대에서 춤을 췄어요. 지금도 안부 전화를 걸어오죠. 저 아이돌 가수와도 통한답니다.호호.
현숙 "옥분ㆍ혜영ㆍ가열은 어머니의 선물"
◇현숙은 남에게 퍼주는 산타처녀

추: 요즘 현숙 누이와 함께 다니는데 혀를 내두를 정도의 살인적인 일정이에요. 어버이날 전날 칠곡에서 목욕차량 기증해 독거노인 목욕시켜드리고 경주, 영양 등 6개 지역을 찍는데 전 탈진해서 쓰러질 뻔했어요. 누이는 팔순 할머니가 돼도 하루 스케줄이 4개는 될 거예요. 바쁘고 힘들면서도 늘 제 안부부터 살피고요.

김: 현숙 언니는 한 마디로 산타 처녀예요. 나눠주는 개념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가족 일까지 제 일처럼 챙기니까요.

남궁: 현숙이는 우리와 피가 달라요. 혈액형이 ABC일걸요. 나중에 시신 기증해서 신체 구조를 검사해봐야 됩니다. 현숙이의 한결같은 명랑함을 곱지 않게 본 사람도 있었지만 나중에 모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죠.

현: 제가 매니저, 스타일리스트가 없어 모든 걸 혼자 해야하는데 혜영이, 옥분이가 늘 옆에서 음식도 해주고 건강을 챙겨줘요. 대신 저는 겨울에 사골뼈, 여름에 홍삼을 달여 나눠먹죠.

김: 주위 사람들에게는 퍼주면서 자신에게 쓰는 건 정말 아껴요. 지방에서 현숙 언니와 팬 사인회를 마치고 분당에서 내렸는데 언니가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를 타고 가는 거예요.

현: 화장을 안 하면 사람들이 절 못 알아보니까요. 목소리가 특이해 말만 안하면 되요. 호호. 세 사람은 저 외롭지 말라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보내주신 선물이에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나누며 살라고 하셨으니 함께 노래하며 주위에 사랑을 나눠야죠. 이번 노래를 국민가요로 만들고 싶고, 연말에는 넷이서 가족들이 즐길 공연도 열고 싶어요.

남궁ㆍ김ㆍ추: 무엇보다 산타처녀가 좋은 남자를 빨리 만났으면 좋겠네요. 물론 나쁜 남자와 결혼할 바에는 혼자 사는 게 낫고요. 하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