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 작가가 하나의 장르가 되는 시대가 옵니다. "

일본 소설가 온다 리쿠(45)는 미스터리,판타지,SF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여 왔다.

일례로 신작 《어제의 세계》(북폴리오)는 한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간다는 점에서는 미스터리지만,죽은 남자가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초능력을 지녔다는 점을 보면 판타지에 가깝다. 《밤의 피크닉》 《삼월은 붉은 구렁을》 《유지니아》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서울국제도서전 기간 동안 한국에 처음으로 찾아왔다.

온다는 17일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다양한 책을 읽어왔기 때문에 저에게는 장르가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서 "영상과 글이 섞여 상호 영향을 주는 추세를 감안해 봐도,장르가 섞이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물었다.

어려서부터 어떤 책이든 가리지 않고 읽었다는 온다는 연간 200권 이상의 책을 읽어치우는 '독서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읽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들은 같다"면서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읽었던 이야기를 나 나름의 해석을 거쳐 다른 이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어 소설가가 됐다"고 전했다. 온다는 또 "지금 책을 쓰고 있지만 내 자신이 소설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내가 소설을 쓰는 동기 또한 독서에서 나오며,다른 작가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로는 같은 일본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를 꼽았다.

온다의 작품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여행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는 점.그는 "부모님의 잦은 전근으로 전학을 많이 다녔던 나에게 학교는 신비로운 공간"이라면서 "여행을 마치고 나면 책을 한 권 읽은 듯한 느낌을 받고,그 장소만이 갖는 힘을 통해 작품의 동기를 얻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온다의 최근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향은 열린 결말이다. 살인사건 현장에 유능한 탐정이 나타나 시원하고 명쾌하게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전통적인'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그의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은 과거의 모호한 기억에서 가냘픈 실마리를 하나씩 끌어내며 사건에 접근해가는 경향을 보인다. 끝까지 따라가도 사건의 전말은 흐릿할 때도 있는데,그래서 신비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결말을 불확실하게 해서 독자들에게 '생각의 여백'을 주고 상상의 여지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온다는 "여성 독자들은 열린 결말을 선호하는데 남자 독자들은 좋아하지 않는 등 호불호가 갈린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열린 결말이 내 취향"이라고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