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이창동 감독은 13일 오후(현지시간) 심사위원단 합동 기자회견에서 "귀를 열어놓고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심사 기준에 대한 질문에 "내게는 이렇게 훌륭한 감독들이 만든 훌륭한 영화들을 평가하고 심사할 능력이 없다"고 겸손하게 전제하며 "내가 할 일은 귀를 열어놓고 이 작품들이 던지는 인생과 사회, 영화에 관한 질문들을 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한국영화인 '박쥐'를 공정하게 심사하겠느냐는 한 홍콩 기자의 질문에 "칸에 있는 동안 내 국적은 영화"라는 짧고 굵은 답변으로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 영화인이 칸 영화제의 공식 경쟁부문 심사를 맡은 것은 1994년 고(故) 신상옥 감독에 이어 2번째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심사를 하기보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심사위원장인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우리가 심사를 하기 위해 여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영화를 사랑하기 위해,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더 사랑하는 것을 보려고 이 곳에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위페르는 "지난해 숀 펜은 심사위원들에게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해 줬지만, 나는 그럴 의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심사위원장이었던 숀 펜의 아내이자 배우인 로빈 라이트 펜은 "어떤 작품이 어떻게 우리의 맥박을 뛰게 하는지는 모두 다른 일이므로 내게는 '심사'란 우스운 단어"라며 "누가 더 나은지 심사하기보다 누구의 심장박동이 더 빠르게 뛰느냐를 보겠다"고 말했다.

터키 감독 누리 빌제 세일란 심사위원은 "작품에 대한 내 첫 인상이 옳은 것은 아니므로 영화를 신중하게 보겠다"고 말했다.

(칸<프랑스>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