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등 한국영화 10편 역대 최다 초청
경제위기 여파로 장외행사 축소


제62회 칸 국제영화제가 13일 성대한 축제의 막을 올렸다.

이번 영화제는 이날 오후 7시(한국시간 14일 오전 2시) 프랑스 남동부 휴양도시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개최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4일까지 12일동안 진행된다.

개막식에 앞서 펼쳐진 레드카펫 행사에는 1천여명의 관객이 운집해 칸을 찾은 세계적인 스타들에게 갈채를 보냈다.

이날 오전에는 칸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개막작으로 선정된 디즈니 픽사의 3D 애니메이션 영화 '업(UP)'이 언론 공개를 거쳐 공식 상영됐다.

◆황금종려상 누구 품에 = 14일부터는 황금종려상 등 주요 상을 놓고 겨루는 공식 경쟁 부문 진출작 20편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상영된다.

올해 장편 경쟁 부문은 칸 영화제 사상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될 만큼 거장들의 영화가 대거 출품됐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Inglourious Bastards)', 리안(李安) 감독의 '테이킹 우드스톡(Taking Woodstock)',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브로큰 임브레이시스(Broken Embraces)' 등이 유력한 경쟁작으로 꼽힌다.

그 외에도 제인 캠피온 감독의 '브라이트 스타(Bright Star)', 켄 로치 감독의 '루킹 포 에릭(Looking for Eric)',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Antichrist)' 등도 다크호스로 지목된다.

이들과 나란히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박찬욱 감독의 '박쥐'의 수상 여부는 한국 영화계 최대의 관심사다.

'올드보이'로 2004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 감독과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4번째로 칸에 초청받은 주연배우 송강호 등이 수상에 도전한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김옥빈 등 주연배우들은 15일 레드카펫을 밟고 세계 관객들에게 '박쥐'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영화 최다 초청 = 한국 영화는 '박쥐'를 비롯해 역대 최다인 10편이 칸의 초청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된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16일 공식상영되며 봉 감독과 주연배우 김혜자, 원빈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감독주간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이날 오전 시사회와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또 고(故) 신상옥 감독의 영화 '연산군' 디지털 복원판이 고전영화들을 소개하는 칸 클래식 부문에서 20일 상영된다.

임경동 감독의 '경적'과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은 학생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각각 20일과 22일 소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ㆍ프랑스 합작 영화이자 이창동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여행자'(비경쟁 특별상영 섹션),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먼지 아이'(감독주간), 문성혁 감독의 '6시간'(비평가 주간), 노경태 감독의 '허수아비들의 땅'(ACID) 등도 초청됐다.

◆심사위원단 "영화를 사랑하기 위해 모였다" = '밀양'의 이창동 감독은 장편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칸을 방문했다.

이 감독은 이날 심사위원단 합동기자회견에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어떻게 심사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칸에 있는 동안 내 국적은 (한국이 아니라) 영화"라며 국적에 연연하지 않고 공정한 심사에 임할 뜻을 밝혔다.

이 감독은 "나는 이렇게 훌륭한 감독과 영화를 판단하고 평가할 능력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맡았다.

중국 배우 수치(서기,舒淇)도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으며 중국 여배우 장쯔이는 단편 및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다.

위페르 심사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심사를 하기 위해 칸을 찾은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영화를 사랑하기 위해,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더 사랑하는 것을 보기 위해 이 곳에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거장들의 작품 세계와 영화에 대한 열정을 회고하는 자리인 마스터클래스의 올해 주인공으로는 두 차례 황금종려상을 받은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가 초청됐다.

◆경제위기로 주름살 = 이번 칸 영화제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성대한 파티가 줄을 이었던 예년과 달리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화업계가 경비를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각종 파티를 취소하거나 그 규모를 줄였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연예월간지 '배니티 페어'도 연례적으로 열어온 만찬 행사를 취소했다.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브래드 피트, 주드 로 등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 등은 예년에 못지 않게 대거 칸을 찾아 분위기를 돋웠다.

티에리 프레모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세계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자동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영화산업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도 올해 영화제 참석 규모는 작년에 비해 약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는 오는 24일 시상식을 끝으로 폐막할 예정이다.

(파리.서울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