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음식백과이며 현존 최고(最古)의 한글 조리서는? 정답은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고어에서는 '지'를 '디'로 발음한다)이다. 음식디미방은 340여년 전인 1670년께 경북 영양의 정부인 장씨(장계향·1598~1680)가 나이 일흔이 넘어 완성한 한글 요리책.정부인 장씨는 작가 이문열의 13대조 할머니이며,그의 소설 '선택'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330년 전 음식 복원

'좋은 음식 맛을 내는 방문(方文)'이란 뜻의 음식디미방에는 1600년대 중엽과 말엽,경상도 양반가의 음식 및 조리법과 저장법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국수 만두 떡 등의 면병류를 비롯 어육류 소과류 주류 초류까지 그 종류도 146가지에 달해 거의 사라져 버린 우리 옛 조리법과 메뉴를 발굴 · 복원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영양군은 2006년부터 '음식디미방'에 나온 음식을 복원 중이다. 정부인 장씨가 마지막까지 살았던 두들마을에 한옥체험관과 전통음식체험관을 만들었다. 음식 복원은 음식디미방 보존회원들이 맡고 있다. 지금까지 복원된 음식은 46종.단체예약에 한해 점심 저녁 각 한 팀씩 코스요리로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황분선 음식디미방보존회장은 "음식디미방의 음식을 만들던 마음을 생각하면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으로 대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그 정성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우리나라 음식 문화에는 원래 없는 코스요리로 내놓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상차림은 1인당 3만원 또는 5만원짜리 두 가지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5만원짜리의 경우 8~9가지 요리가 나온다. 누런 호박죽에 이어 당면을 넣지 않고 여러 채소만으로 만든 잡채가 나온다. 이어 상에 오르는 대구껍질 누르미가 단백하다. 대구 한 마리의 껍질로 4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식사 중에 맛보는 노랑 두광주가 달콤하다. 가제연근채는 연근에 구운 돼지고기를 얹은 것이며 수증계는 닭고기와 토란,채소를 수증기로 쪄낸 것.요즘처럼 기름에 튀기는 대신 굽거나 쪄서 요리했으며 마늘도 쓰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다는 것을 입으로 확인할 수 있다. 꿩고기와 버섯으로 소를 만들어 숭어껍질로 싼 어만두도 간간하다. 고명으로 잣가루를 얹은 떡 석이편이 후식으로 잘 어울린다.

#문학의 고향

음식디미방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두들마을은 재령 이씨 집성촌이다. 작가 이문열의 고향으로 그의 저서 '그해 겨울''영웅시대''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많은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의 역정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석계고택,석천서당 등 전통가옥 30여채가 있다. 이문열 생가에 마련된 '광산문학관'에서는 수시로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이 개최되고 있다.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일월면 주실마을은 한양 조씨 집성촌이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 등의 가옥이 남아 있다. 호은종택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면 붓 모양으로 생긴 문필봉이 있고,그 옆에 연적봉이 자리해 있다. 여기에 물을 대주는 골짜기(注谷)도 있어 글(文)이 마를 날이 없으니 학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라는 풍수지리적 해석도 있다. 조지훈의 문학세계와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훈문학관과 지훈시공원이 조성돼 있다. 마을 입구에서 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다는 주실숲은 2008년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곳이다.

#한국 3대 정원

서석지도 찾아보자.조선 광해군 5년(1613년)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 정영방 선생이 지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민간 정원 유적이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보길도의 부용원과 함께 한국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공경하는 마음의 정자 경정(敬亭),매화 대나무 소나무 국화 등 네 벗을 심어놓은 사우단(四友壇),한뜻을 받드는 서재 주일재(主一齋) 등과 상서로운 돌의 연못 서석지(瑞石池)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석지는 한길 남짓하게 석축을 쌓아 만들었다. 연못의 북쪽에 네모난 사우단이 있다. 물은 연못 동쪽으로 들어왔다 서쪽으로 빠져나간다. 연못에는 연을 심어 놓았다. 연못 바닥에 있는 돌 하나하나에 신선이 노니는 바위 선유석,선계로 통하는 바위 통진교 같은 이름이 붙여져 있다. 물에 잠긴 돌 30여개,수면 위로 드러난 바위 60여개 등 90여개의 돌이 우리 전통 정원의 멋을 느끼게 한다.

영양=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TIP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서안동나들목을 거쳐 영덕 방향으로 진보를 지나 영양으로 들어간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양까지 하루 4회 버스가 다닌다. 4시간30분 걸린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영양행 버스는 하루 2회 있다. 4시간 소요.

전통음식체험관(054-680-6043)에서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전통한옥체험관(054-682-0028)에서 한옥 체험이 가능하다. 본신리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054-730-8140)에서 재미있는 숲 체험과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선바위휴게소에 있는 선바위가든(054-682-7429)의 산채정식이 좋다. 주인가족이 산에서 직접 캔 산나물로 해주는 요리가 신선하다. 영양군청 문화관광과 (054)680-6067,www.yy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