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2~30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리는 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조선왕릉 40기의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면 한국은 서울,경기,강원까지 망라하는 대규모 세계유산군을 보유하게 된다. 특히 종묘(1995년)와 창덕궁(2000년)에 이어 조선왕릉까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조선 왕조 관련 문화유산이 대부분 세계유산이 돼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널리 인정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유네스코에 제출한 조선왕릉 평가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왕릉은 유교적 · 풍수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건축과 조경 양식으로 세계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았으며,지금까지도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고 전했다.

1392년부터 519년 동안 지속된 조선왕조 왕족의 무덤은 모두 119기.27명의 왕과 왕비들,사후에 추존된 왕과 왕비의 능(陵)이 42기,왕세자와 왕세자비 또는 왕의 사친(私親) 무덤인 원(園)이 13기,기타 왕족의 무덤인 묘(墓)가 64기다. 광해군 · 연산군처럼 폐위된 왕의 무덤은 묘로 분류된다.

문화재청은 이 중 개성에 있는 제릉(태조 왕비 신의왕후)과 후릉(정종과 왕비 정안왕후)을 제외한 정릉 · 영릉 · 서오릉 · 동구릉 · 영월의 장릉(단종) 등 왕릉 40기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다. 세계적인 문화유산들과 견주어 조선왕릉의 탁월성과 보편성은 세계유산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조선왕릉은 유교사상과 토착신앙 등 한국인의 세계관이 반영된 장묘문화 공간이다. 특히 하나의 왕조가 500년 이상 지속하면서 재위한 모든 왕들의 무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은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또 풍수와 도교,전통사상에 기반한 공간의 배치와 석물(石物) 등 조형예술의 측면에서도 뛰어나고 전주이씨대종종약원을 중심으로 지금까지도 왕릉의 제례문화가 전승되고 있는 점,의궤(儀軌)와 능지(陵誌) 등 왕릉 조성 당시의 각종 기록과 자료가 풍부한 점도 조선왕릉의 가치를 더하는 요소다.

유네스코에 세계 각국이 등재를 신청한 문화유산 29건 중 이번에 ICOMOS가 '등재권고' 판정을 한 것은 조선왕릉을 포함해 10건(34%)에 불과하다. 그만큼 조선왕릉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 최종 결정되면 석굴암 · 불국사(1995년) 해인사장경판전(1995년) 종묘(1995년) 창덕궁(1997년) 수원 화성(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2000년) 고창 · 화순 · 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에 이어 한국의 아홉 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145개국 878건.문화유산이 679건으로 가장 많고 자연유산 174건,복합유산 25건의 순이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43건),중국(33건)의 세계유산이 많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국내외 관광객이 크게 늘 뿐만 아니라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고 세계유산기금(World Heritage Fund)의 기술적 · 재정적 원조 및 국제사회의 보호와 감시를 받을 수 있어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큰 도움이 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