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정 진각종 새 통리원장 "혼란을 법문 삼아 참회ㆍ수행해야죠"
"흔히 2000만명 불자라고 합니다만 최근 자료를 보니 1000만명이 넘는 서울 시민 가운데 불교신자는 200만명 밖에 안 돼요. 그만큼 숫자 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믿음도 부풀려진 게 많아요. 수행이 바탕이 돼야 포교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산 속에서만 살았던 성철 스님이 결과적으로는 훨씬 포교를 더 잘 하지 않았습니까. "

오는 28일 진각종 제28대 통리원장에 새로 취임하는 혜정 정사(61)는 11일 "어쩌다 통리원장을 맡게 됐지만 수행하는 차원에서 일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통리원장은 다른 불교 종단의 총무원장에 해당하는 자리로,조계 · 태고 · 천태종에 이어 4번째 종단인 진각종의 행정 최고 책임자다.

"우리 종단이 올해로 창종 63년을 맞았는데 한 세대를 30년으로 본다면 종조인 회당 손규상 대종사께서 법을 편 창종 1세대와 행정체계를 정립한 2세대를 지나 이제 3세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그간 종단이 커지고 행정체계를 세우는 과정에서 희석됐던 참회와 수행의 창종 정신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할 때입니다. "

진각종은 수행과 실천,현세정화 등을 기치로 1947년 회당 대종사가 개창한 밀교 종단.다른 종단과 달리 불상 대신 진리 자체인 법신(法身)비로자나불을 주불(主佛)로 삼고 '옴마니반메훔'의 육자진언(주문) 염송을 주된 수행법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또 출가승 대신 부부 성직자(남자는 정사,여자는 전수) 제도를 채택해 생활불교를 전파하며 60만~80만명(자체 집계)으로 교세를 키웠으나 최근 수년간 종단 내분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한 번씩 흔들어야 뽑힐 것은 뽑히고 제 자리를 찾게 됩니다. 그간의 다툼과 혼란은 우리 종단이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알려주는 법문(가르침)입니다. 우리의 수행과 실천이 부족해서 그런 다툼이 생긴 것이니 그 부분을 더욱 보완해야죠.수행을 통해 자성(自性)을 찾으면 자기 분수를 알게 되고 그러면 지나친 욕심을 낼 수가 없거든요. "

그는 "진각종 성직자와 신자에겐 생활이 곧 불공이요 기도이며 동서남북 어디나 모두 심인당(心印堂 · 법당)"이라며 수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종조인 회당 대종사와 고향(울릉도)이 같아 어릴 때부터 진각종을 접한 그는 젊은 시절 출가했다가 진각종으로 돌아가 교육원장,진각대학장,회당학회장 등을 거쳐 회당학원 · 진각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