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만일 여성의 젖가슴을 만들지 않았다면 화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의 몸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엉덩이다. '(르누아르).

여성의 몸이 뿜어내는 매혹을 찬미하고 칭송하는 것에 자신의 예술혼을 쏟아부은 프랑스의 인상파 거장 피에르 오그스트 르누아르(1841~1919년) 작품이 대거 한국을 찾는다.

오는 28일부터 9월13일까지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지는 '행복을 그린 화가-르누아르'전을 통해서다. 르누아르는 19세기 말 유럽을 풍미하던 인상주의 미술 사조를 흡수해 독특한 표현력과 여인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유명한 화가. 인상파 화가 가운데 유일하게 비극적인 주제를 그리지 않았던 그는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는 예술철학을 고수하며 무려 5000여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는 '그네'(1873년),'시골 무도회'(1883년),'햇살 속의 누드'(1876년),'피아노를 치는 소녀들'(1892년),'피아노 앞의 이본느와 크리스틴느 르롤'(1897년),'어릿광대'(1909년) 등 유화 70여점,판화 · 드로잉 · 파스텔 작품 등 모두 118점이 걸린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비롯해 오랑주리 미술관,파리 프티팔레 시립미술관,마르모탕 미술관,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클리블랜드 미술관,스위스 루가노 시립미술관 등 전 세계 40여곳의 미술관에 흩어져있는 르누아르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모았다. '빛과 색채의 전도사' 르누아르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장은 풍만하고 관능적인 여인들의 누드,귀여운 아이들,일상의 기쁨으로 온화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을 주된 테마로 꾸민다. 대표적인 출품작은 풍만한 여체의 아름다움을 그린 1876년작 '햇살 속의 누드'.태양 광선에 비친 여인의 모습을 빨강이나 주황,청색 등 엷은 색채로 섬세하면서 관능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반짝이는 누드를 쓰다듬는 듯한 달콤한 빛을 감각적으로 채색한 이 작품은 인상파 회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자신의 아내가 친구와 춤추는 장면을 담아낸 1883년작 유화 '시골 무도회'는 소박하고 별로 격식을 따지지 않는 무도회 풍경을 리얼하게 잡아낸 작품이다. 천성이 쾌활하고 낙천적인 르누아르의 인간적인 면모가 듬뿍 묻어있다. 이 밖에 건강한 여체를 다룬 '바위 위에 있는 욕녀''쿠션에 기댄 누드''누워있는 여인의 누드''샘' 등의 작품들에서도 고품격 에로티시즘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순주씨는 "출품작의 총 보험가액만도 약 1조원 수준으로 '그네''시골 무도회''햇살속의 누드' 등 3점은 점당 680억원에 이른다"면서 "경제위기로 어려운 시기에 르누아르의 그림을 통해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료 8000~1만2000원.(02)724-290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