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밥 먹고 단잠 자고/우리 정주영이/동서남북 출입할 때/남의 눈에 잎이 되고/남의 눈에 꽃이 되어/걸음마다 열매 맺고/말끝마다 향기 나고/천인이 만인이/우러러보게 해 주시옵소서….'

현대그룹을 창업한 고(故) 정주영 회장의 어머니 한성실 여사는 하루 종일 이렇게 중얼거렸다. 한밤중에는 장독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치성 기도를 드렸고 길쌈을 하거나,밥을 짓거나,김을 매면서도 큰아들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최종환 삼환그룹 명예회장의 어머니 김림자 여사는 아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목욕재계하고 사업의 발전을 기원했다. 공사 현장마다 직접 찐 시루떡으로 기공식 고사를 지냈고 무사 안전을 빌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는 "정직해라,성실해라,남한테 손가락질당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가 어찌 이들뿐이랴.종교는 달라도,혹은 종교가 없어도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힘》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를 길러 낸 어머니 26명의 삶이 담겨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어머니 박두을 여사,이웅열 코오롱 회장을 키운 신덕진 여사,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의 어머니 변중석 여사 등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어려운 형편에서 남편을 도와 기업을 일으키고 자녀들을 경영인으로 키워 낸 어머니들의 간난신고(艱難辛苦)와 남다른 자녀 교육법,그리고 간절한 기도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엄마의 기도수첩》은 가톨릭 신앙을 가진 세 명의 작가가 새 영세자,결혼한 자녀,군대에 간 자녀,유학 간 자녀,아픈 이들을 위해 주제 및 상황별로 쓴 150편의 기도 모음집이다. 생활 속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상황에서 엄마가 자녀를 위해 드리는 기도여서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혼 초 성격 차이로 힘들어하는 자녀를 위해서는 '…나와 같지 않다고 애태우거나 탓하지 말고,배우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서로를 받아들이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또 외도하는 자녀를 위해 '…유혹은 언제나 탐스러운 과일로 다가오기에 부디 절제의 은사를 주시고 몸은 성령이 살아 계시는 성전임을 깨달아 거룩히 보존하게 하소서'라고 기원한다.

아울러 살림에 소홀한 주부에게는 보살필 가족이 있음에 감사드리며 기쁘게 일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충전해 주고,군 입대를 위해 머리를 깎는 아들에게는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새로 자랄 때 새로운 의지와 힘도 함께 자라기를 소망한다.

《어머니를 돌보며》는 60대의 딸이 파킨슨병과 치매에 걸린 팔순 노모를 돌보며 담담히 써 내려간 기록이다. 수많은 기고문과 평론을 쓰며 강연자이자 워크숍 지도자로 활동하던 저자는 갑자기 파킨슨병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집과 직장을 뒤로 한 채 고향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7년여 동안 집과 노인요양원에서 어머니를 돌보며 자신의 역할 모델이자 스승이었던 어머니의 삶이 서서히 파괴돼 가는 모습을 고통스럽게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저자는 지력과 감성,언어와 기억을 점차 잃어 가는 어머니를 통해 인간,죽음,영혼,뇌 등의 문제를 깊이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랑 그 자체인 어머니를 통해 자신의 삶에 관한 통찰을 건져 올린다. 특히 삶의 등불이 꺼져 가는 순간에도 어머니의 사랑은 더욱 빛을 발한다. 어느날 어머니에게 "무서우세요? 죽는 것이 두려우세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렇게 말한다. "너한테서 멀어지고 싶지 않아." 어머니에게는 사랑하는 딸과의 헤어짐이 죽음보다 더 두려웠던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