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선보여온 영화 감독 우디 앨런(74)은 미국 문학상인 '오 헨리 상'을 받을 만큼 상당한 필력을 지녔다. 그의 소설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성지원 · 권도희 옮김,이우일 그림,웅진지식하우스)에는 '우디 앨런 식'의 현학적인 수다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소설 18편이 모였다.

표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는 식사와 철학을 절묘하게 잇댄 작품.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문장이 유쾌하다. '마침내 데카르트가 정신과 육체를 둘로 분리하였고,그 결과 정신이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육체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다. '

<할렐루야,매진입니다!>에서는 '성스러운' 기도문을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로 거래하는 회사와 신자들의 행태를 다룬다. 복권 당첨,탈모 고민 해결,성형수술 성공 기원 등 온갖 자질구레한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인간은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기뻐하라,이스라엘아,주가가 껑충 뛰어올랐도다. 오 주님,지금 당장 나스닥도 올려주실 순 없나이까?'식의 기도문을 경매 사이트에서 돈을 주고 낙찰받을 뿐이다.

<천재들을 치료할 땐 현금이 최고>의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는 반 고흐를 치료해주는 대가로 그가 그린 작품을 받았던 가셰 박사를 역할 모델로 삼는다. 의사는 한 미친 작곡가를 무료로 진료해주는 대신 그가 만든 곡을 받기로 하고 '천재 예술가의 재능을 미리 알아봤다'는 생각에 매우 득의양양해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