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상상하는 걸 볼 수 없을 겁니다. "

연극 '관객모독'의 첫 대사다. 무시무시한 말로 배우들이 객석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조롱하고 때로는 물 세례를 퍼부으면서 기존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형식을 파괴하고 관객을 조롱하는 연극의 대표작이 된 '관객모독 시즌 2'.

해마다 '그렇게 욕을 먹이고도' 여전히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비결은 상식파괴에 있다. 돈 내고 온 관객들을 향해 암호같은 말을 뱉어내다가 또 정곡을 찌르는 풍자를 해댄다.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배우들은 대사를 제멋대로 띄어 읽거나 반복하면서 기존 언어의 문법과 틀을 깨부순다. 아예 파격의 강도를 더 높여 시즌1 공연 당시 8세 이상이었던 관람등급을 15세 이상으로 높였다. 31일까지 창조아트센터.

◆엽기클래식 '플럭'인기

언어해체와 욕설은 엽기클래식 트리오 '플럭'(사진)에 비하면 오히려 약과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 다리를 꼬고 몸을 비틀며 연주하거나 아예 바이올린을 불살라 버리기까지 한다. '소주 퍼포먼스'를 보이고 영상 · 마임과 결합하며 장르를 넘나든다.

관객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는 이들의 취지처럼 100분 동안 끊임없이 관객들을 웃기고 놀래키고 뒤로 넘어가게 만든다. 그렇다고 연주 실력이 빠지는 것도 아니다. 정통 클래식을 전공한 이들의 연주 실력은 수준급.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4회 연속 매진을 기록했고 2007년 내한 때 22회 장기공연을 전회 매진시켰다.

이들은 이달 17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장기 공연을 갖는다. 플럭의 한 멤버는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팬들의 귀에 익은 모차르트,헨델 등의 곡들을 연주하며 한국 팬들을 위한 퍼포먼스도 기획하는 등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객이 배우역할까지 정해

"보디가드 로미오는 저기,액션 로미오는 저 사람,호박씨 줄리엣은 누구로 하지?" 막이 오른 후의 파격만이 다가 아니다. 막이 오르기 전의 깜짝 이벤트도 있다. 대학로 껌 아트홀에서 공연하고 있는 코믹쇼 '로미오앤줄리엣'은 관객들이 직접 주인공을 뽑는다.

초반에 배우가 무대에 올라 매력을 뽐내는 개인기를 10분가량 보여주고,관객은 마음에 드는 배우에게 표를 던져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배우가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무대에 서게 된다. 주인공으로 선택받지 못한 배우들은 소품 역할이나 조연을 맡게 되고,관객들이 보기에 주인공의 연기가 마땅찮으면 공연 도중 주인공을 바꾸기도 한다.

이 공연을 두 번째 관람했다는 대학생 박미나씨(23)는 "볼 때마다 다른 캐스팅이라 새로운 느낌이기도 하고 내가 뽑은 배우의 연기를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며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연극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범인은 누구?" 관객을 신문하는 연극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공연 중인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미용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 관객들이 직접 용의자를 신문해 범인을 찾는 독특한 형식의 극.공연장 안은 미용실을 방문한 손님들로 북적이고,분주하게 돌아가던 미용실은 위층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이 살인사건의 범인은 무대 위 배우 중 한 명이고 관객들은 직접 범인을 찾아야 한다. 배우들은 사건 현장의 용의자로 관객들에게 신문을 받게 되고,관객들은 모든 사건 내용을 지켜본 목격자이자 배심원 역할을 맡는다. 관객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극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극의 재미가 배가될 수도 있고 반감될 수도 있다.

독특한 연출 덕에 초연 당시 유료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할 만큼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