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 지성계를 대표하는 장 폴 사르트르(1905~1980).그는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소설 《구토》를 쓴 작가이며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발표한 평론가였지요. 《지식인을 위한 변명》의 뛰어난 강연자이기도 했습니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와 '계약 결혼'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 외에도 학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큰 인기를 끈 세계 지성계의 스타였죠.그런 사르트르에게도 콤플렉스가 많았다고 합니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영화감독 · 저널리스트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사르트르 평전》(을유문화사 펴냄)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사르트르의 내면 세계를 살핍니다. '평전'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사르트르의 외면은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보부아르와의 사랑이나 지식인의 사회참여 문제를 놓고 벌인 알베르 카뮈와의 반목 등 극적인 사건들도 무시합니다.

대신 완벽한 철학자와 소설가가 되려 했던 사르트르 자체에 다가서려 했군요. 그가 바라본 사르트르는 두 얼굴의 사나이입니다. 니체주의적 경향을 지닌 개인주의 예술가로서의 사르트르와 마르크스주의적 경향의 전체주의를 신봉한 정치 철학가 사르트르가 그것입니다.

저자는 사르트르의 이러한 자기 분열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있다고 진단합니다. 2차 세계대전 중 포로수용소의 경험,《변증법적 이성비판》을 쓰면서 헤겔의 변증법을 끝내 뛰어넘지 못했다는 자괴감,자전적 소설 《말》을 끝으로 소설가로서의 삶을 포기한 점.이 세 가지 사건을 계기로 끝없는 자기투쟁을 벌이게 되면서 현재의 사르트르가 과거의 사르트르를 부정하는 상황을 낳았다는 것이지요.

이 책에는 성숙한 사상가가 되고자 했던 사르트르의 지적 여정도 소개돼 있습니다. 사르트르는 철학 분야에서 베르그송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후설과 하이데거에 기댔고,문학에서는 앙드레 지드의 테두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프루스트와 셀린,포크너,헤밍웨이에 빠졌다고 합니다. 100여년 전에 태어난 최고 지성의 고뇌가 지금 봐도 옛일 같지 않군요.

고두현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