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 북부 시골 농장에는 반려견 앨먼딘과 특별한 교감을 나누며 안온하게 지내는 벙어리 소년 에드거가 있다. 그런 에드거에게 끔찍한 불행이 닥쳐온다. 삼촌 클로드가 나타난 후 아버지가 석연찮은 사고로 숨지고,어머니는 삼촌과 묘한 관계를 맺게 된다.

《에드거 소텔 이야기》(원제 The story of Edgar Sawtelle,권상미 옮김,랜덤하우스)는 다면적인 소설이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과정을 보면 추리소설 같고,가혹한 시련 앞에서 변모하고 선택하는 소년을 보면 성장 소설이다. 이 소설은 지난해 미국 오프라 윈프리 쇼 북클럽 선정도서가 되면서 출간 6개월 만에 130만부가 팔렸다. 첫 장편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데이비드 로블레스키(50)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중요한 복선이 깔려 있는 프롤로그의 배경으로 한국 부산이 나온다.

"부산을 방문한 적은 없다. 도서관과 인터넷,한국을 방문한 지인들,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묘사에 필요한 지식을 얻었다. 나는 프롤로그의 배경은 소설의 주무대와 멀리 떨어진 장소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950년대 역사를 공부한 후 부산을 택하게 됐다. "


▶소설은 '현대판 햄릿'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에드거는 개를 친구로 둔 벙어리 햄릿처럼 보인다.

"둘은 엄연히 다른 작품이다. 《햄릿》이 복수에 대한 이야기라면 《에드거 소텔 이야기》는 사랑과 우정에 관한 소설이다. "


▶왜 주인공을 벙어리로 설정했나.

"언어란 생각과 예술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소통을 방해하기도 한다. 에드거는 말할 수 없는 대신 관찰력 같은 소통에 필요한 재능을 갖췄다. 그래서 말 못하는 동물들과 교감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


▶에드거와 개들의 우정은 대단하다.

"인간과 동물은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 인간끼리 말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면,인간과 동물은 그와는 다른 방법으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면서,혹은 행동으로 말이다. 언어가 아니라."


▶개들의 묘사가 생생한데.

"어렸을 때 어머니가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 옆에 개가 없는 유년기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도 개를 키우고 있다. 개와 함께 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다만 개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개는 사람과 다르다. 개는 과거와 현재,시간과 공간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 나는 개의 특성을 명확하게 살려 그려내기 원했다. 그래서 의인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


▶소설에서 에드거는 집을 떠나 오랫동안 방황하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의 시련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에드거는 타의로 안락한 집에서 추방당해 세상으로 내던져진다. 목적 없는 여행이고,고통에서 탈출하려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에드거는 방황하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렇게 소년은 '성장'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