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들이 세계로 진출하지 않으면 한국 미술의 미래는 없습니다. 세계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해외 작가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구요. 게른하르트 리히터를 비롯해 안젤름 키퍼,펭크,바젤리츠 등 신표현주의 경향의 독일 인기 화가들과 당당히 겨뤄 보고 싶습니다. "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독일 프랑크프르트 운갤러리에서 작품전을 여는 서양화가 김영미씨(48)는 20일 기자와 만나 "독일에는 여전히 신표현주의 작가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한국형 신표현주의 성향의 작품을 독일에 소개하면서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탐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황소와 당나귀,올빼미 등 한국적 소재를 활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작품으로 국내 화단에서 '신표현주의 화풍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필립강갤러리(한국)와 페이지갤러리(중국) 전속 작가로 발탁되면서 국내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독일의 메이저 화랑인 마이클 슐츠갤러리와도 전속 계약을 위해 물밑 접촉을 벌여왔다.

이번 독일 전시의 주제는 '자아의 꿈(Ego Dreams)'.황소,당나귀와 올빼미가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낙하산을 타는 등 해학미가 뛰어난 '동물'시리즈 30여점이 전시된다.

그의 '동물'시리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추억을 소재로 현대인들의 얘기를 담백하고 솔직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화려한 색감과 강렬한 화면 구성으로 역동적인 표현력이 가미돼 마치 그림책을 보는 듯하다.

그는 독일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에 대해 "세오 등 일부 한국 작가들이 독일 시장에 점차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적인 정서를 화면에 담아내면 독일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동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동물은 자아 의식을 표현하는 좋은 소재"라며 "경기도 일산 작업실에서 매일 12시간씩 작업하며 화폭에 자아의 근본적인 고독과 존재의 의문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