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잘했군 잘했어' 주연

드라마 속의 탤런트 채림(30)은 대체로 밝고 명랑했다.

'이브의 모든 것', '지금은 연애 중', '달자의 봄' 등 주요 출연작에서 쾌활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이끄는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실제 채림은 드라마 캐릭터와는 상당히 다르다.

오히려 소심한 편이며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쉽게 상처받는 여린 성격이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굳센 이미지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최근 경기도 일산 MBC드림센터의 드라마 세트장에서 만난 그는 "난 실제로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가진 에너지로 연기를 하지는 못한다"며 "반대로 낙천적인 역할을 연기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KBS 2TV 드라마 '강적들'에서 강단 있는 캐릭터로 사랑받은 그가 요즘은 미혼모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MBC TV 주말극 '잘했군 잘했어'(극본 박지현, 연출 김남원ㆍ손형석)에서다.

극 중 이강주는 미혼모로 아이를 키우지만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이강주는 매력있는 여성이에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상과 닮았지요. 평소 제 생각과도 닮은 면이 많습니다. 전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데 이강주도 그렇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가족 등 주위 상황을 고려해서 포기하는 그런 마음도 예쁩니다."

드라마에서는 과외 제자였던 최승현(엄기준)으로부터 적극적인 구애를 받는다.

최승현은 막무가내로 이강주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10년 넘게 한결같은 사랑을 전한다.

실제라면 연하남의 끈질긴 구애가 다소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런데 채림은 최승현이라는 캐릭터의 숨겨진 면에 주목하며 여자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드러냈다.

"완전한 사랑, 끝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최승현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사랑의 크기가 정말 큰 인물이에요. 10년 동안 해바라기처럼 상대를 바라보고 상대 집안 사람들까지 모두 사랑합니다. 여러 상황을 이해하고 끌어주는 이런 사람은 흔치 않지요. 드라마니까 가능한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어디엔가는 이런 남자가 있지 않을까요."

최승현 역을 맡은 배우 엄기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남자 배우 중에서 가장 빨리 친해진 케이스"라며 "기준 오빠는 소극적인 듯하지만,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며 가식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남자배우 복이 많은 편"이라면서 "그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힘든 작업 속에서도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년 전부터 '양문호장', '신 취타금지', '정정애금해' 등 중화권 드라마의 주연을 꾸준히 맡았다.

1년의 절반 정도는 중국에 머무르며 현지 공략에 공을 들였다.

이처럼 동아시아권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그는 최근 한류의 위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한국배우가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며 "나는 처음부터 한류스타로 대접받으려고 갔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한국 배우라기보다는 현지 배우처럼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잔잔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전개에도 시청률은 10% 내외에서 맴돌고 있다.

반면 경쟁 드라마인 KBS 2TV 새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은 방송 2회 만에 시청률이 20%에 올라섰다.

그는 "그동안 센 스토리를 담은 막장 드라마에 지친 분들이 있다면 옛날 감성의 우리 드라마를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스트레스가 아니라 편안함을 주는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라면서 "다만 캐릭터의 경우 도둑이나 범죄자 역을 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